민주당 “탄핵 통과는 국민 손에 달려…시간문제”
이재명 대표 약속한 ‘크리스마스 선물’ 현실화되나
PK 대통령 지지율 한 자릿수 … 국민의힘도 10%대까지
“지역구 의원 못 버텨 … 윤석열 구속되면 탄핵 속도”
“박근혜 탄핵 때처럼 보수진영 숨어들었다” 평가도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 표결을 나흘 앞둔 가운데 여론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일대일 방식으로 의원들을 개별 공략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결국 여론의 강력한 압박에 ‘국민의힘 당론’이 깨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1차 탄핵시도 때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2차 탄핵안 표결 전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조기퇴진 로드맵’을 내놓는 등 ‘물타기’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탄핵 통과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크리스마스 이전’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민주당 내부에는 우세한 편이다.
10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전화통화도 쉽지 않다. 의원 개인들을 만나 설득하는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들끓는 국민들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질 텐데 그것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이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았다. 1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온 한국갤럽-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호남(2%) 외에도 PK(부산울산경남, 9%)와 제주(8%)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왔다. 대구 경북 지지율도 16%에 그쳤다.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리서치뷰-KPI뉴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18.2%까지 내려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50.3%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로 낮아졌다.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여론조사가 23.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조사가 26.2%로 높은 편에 들어갔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40~50%대로 치고 올라갔다.
탄핵 찬성에 대해서는 4개 여론조사에서 모두 70%대로 나왔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정지시점을 ‘즉시’로 답한 여론도 68.7%(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76.1%(리서치뷰-KPI뉴스)로 70% 안팎으로 집계됐다.(모든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처럼 보수진영에서 숨어들어갔다”면서 “‘샤이 보수’들의 여론조사 응답거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런 분위기는 다소 진보진영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여론조사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현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탄핵 요구 등이 압도적으로 강해져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민주당은 여론의 힘을 등지고 이번 주 14일에 진행할 탄핵안 2차 시도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과연 이러한 여론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며 “아무리 당론을 정한다해도 수도권, 특히 비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 ‘사고’에 의한 합법적 직무정지와 권한이양을 통해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윤 대통령 구속은 탄핵 근거를 강화시켜 탄핵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봤다.
검찰 출신의 이건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대통령을 내란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에서 발부된다면 이는 더 이상 대통령직에 둬선 안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고 탄핵의 속도만 높일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을 ‘사고’로 해석해 탄핵을 회피하는 빌미로 삼아 정권 연장을 꾀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상 앞에서 계산하는 검찰식 발상”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구속되더라도 보석 등으로 언제든 풀려날 수 있는데 그러면 다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것 아니냐”며 “그런 임의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6개월 직무정지 이후 퇴진 등 질서 있는 퇴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군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직무를 허용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차라리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킨 후 (탄핵 절차보다 긴) 6개월 이후 대선을 치르는 게 더 낫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구속 이후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한 총리는 계엄 선포에 대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 대통령에게 제안한 인사로 적극적으로 계엄 선포에 관여했다고 봐야 한다”며 “탄핵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선택지는 ‘오직 탄핵, 즉시 직무정지’뿐이라는 얘기다.
결국 언제 ‘탄핵’이 가능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은 “1차 탄핵시도가 다소 서두른 감이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다르게 선택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2차 탄핵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론의 높은 파고를 버텨낼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이번 주가 안 되면 다음 주엔 더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가 다양한 방법의 시나리오를 쓰겠지만 너무 작위적이고 복잡해 실제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선의 강훈식 의원 역시 “이번 주나 다음 주에 탄핵이 통과될지 여부는 국민들 손에 달려 있다”며 “민주당은 지금껏 너무 강경노선을 걸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쪽에서 버티고 있지만 대중의 흐름이 너무 폭발적”이라고 했다. 이어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방패막이도 사라져 의원 개개인들과 가족들이 수많은 전화 등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탄핵 통과는 시간의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7일 언급한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해 늦어도 크리스마스까지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국민 여러분께 연말 선물로 드리겠다”는 약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한편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이번주 두 번째 탄핵 시도에서도 실패하면 민주당의 실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 후 탄핵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