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없는 권한대행? 정치적 혼란 불가피

2024-12-10 14:21:25 게재

여권 일각, 대통령 구속 경우 시나리오 모색

야당 “국민 분노·경제 위기 못 느끼나” 반발

정치권 일각에서 윤 대통령 자진사퇴나 탄핵 없는 ‘권한대행’ 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여권이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 방안의 하나로 모색하는데 야당은 “국민은 안중에 없는 망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입장을 표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탄핵 대신 권한대행 체제를 가동해 정치 주도권 회복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검찰·경찰·공수처 등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윤 대통령 구속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사실상 직무배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9일 비상의원총회에서 태극기 배지 착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게 ‘윤 대통령이 긴급체포나 체포영장에 따라 체포되면 헌법 71조의 궐위나 사고 상황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천 처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 “그런 해석에 동의할 수는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재판사항이 된다고 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일각에서 대통령이 구속되면 단체장들처럼 직무 정지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탄핵 말고도 직무 정지 방법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질문했다. 대검찰창 강력부장을 지낸 주철현 최고위원이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옥중 집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 되지 않은 대통령의 구속상태를 헌법 제71조의 ‘사고’로 해석해 직무를 배제하고 권한대행 체제로 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헌법학자들도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각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등장할 공산이 크다.

특히 여당의 경우 대통령 구속을 ‘사고’로 규정해 권한대행 체제로 끌고가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탄핵 등 대통령 궐위 상태가 되면 헌법상 60일 이내에 다음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사고’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로 가면 대통령의 임기 안에서 ‘임기단축 개헌’ 등의 시나리오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일부에서 이같은 방안을 염두에 두고 대행체제로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고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는 구상이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이같은 구상은 야당의 반발은 물론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여당은)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라며 이상한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말고 탄핵 의결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0일 내일신문 통화에서 “내란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않고 대행체제로 끌고 가는 것을 국민이 용인할 것 같으냐”면서 “눈 앞에 닥친 경제위기나 대외신인도 등은 나몰라라 하는 여당이 더 크게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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