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코리아 확대’ 막자…당국, 외국계 금융회사 잇따라 만나
김병환 금융위원장, 외국계 임원 간담회 열어
이복현 금감원장, IB 애널리스트 초청해 만나
당국, 은행권에 소상공인 유동성 지원 요청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셀코리아’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 시장 안정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준비하는 한편 환율 움직임을 가장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잇따라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애널리스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1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의 상황과 정부의 대응 현황,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조치,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정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 사항을 듣고 당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관세정책,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라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폐지,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밸류업 프로그램, 공매도 재개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과 시장안정조치가 지속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5일부터 범정부차원의 경제금융 상황 점검 TF를 가동, 소비·투자·수출·고용·물가 등 경기·민생 전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 중에 있다”며 “경제분야 문제해결은 정치문제와 분리돼 있는 만큼, 재정·통화·산업·금융정책 간 적절한 조합에 따른 시너지를 통해 경기 하방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투세 폐지나 자본시장법 개정 등 주주친화정책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 규제개선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들도 적극 발굴·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과 전산화 방안에 대한 법제화 작업, 전산시스템 구축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고 공매도를 재개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원장은 회의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에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견고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믿고, 원래 계획했던 투자에 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와도 잇따라 만나서 건전성 강화와 시장 안정화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9일 김 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난데 이어 10일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5대 금융지주와 비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시장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 재무적 안전성 등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금감원도 이날 오후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연다.
금감원은 전날 주요 은행의 여신·자금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금융권은 스스로 빨리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반면, 은행들은 시장에 대해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