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사활건 경찰, 윤 대통령 긴급체포 검토
우종수 특별수사단장 “수사에 인적·물적 제한 없다” … 이상민·여인형·이진우 소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를 검토 중이라며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원 등의 국회 출입을 막아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방해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9일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 가능성에 대해 “요건에 맞으면 할 수 있다”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제도다.
특별수사단이 윤 대통령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를 통해 지휘부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입건된 상황에서 제기되는 ‘셀프 수사’란 지적을 뚫고 ‘국회 통제’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우종수 특별수사단장은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며 “성역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관련자 줄줄이 소환 통보 = 실제로 특별수사단은 10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출석을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돼 포고령 제1호를 발표한 인물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 통제를 요청한 혐의로 내란 등의 혐의를 받고 경찰에 고발됐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소환조사 통보를 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옹호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전날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이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충암고·육군사관학교 후배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한남동 공관에서 모임을 가져 생긴 ‘충암파’ 논란의 장본인 중 한 명이다.
계엄에 성공했다면 여 전 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가장 믿는 측근이라는 반증이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은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를 시도하는 등 계엄령 집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재임 시기에 계엄 실행 계획을 사전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특별수사단은 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도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계엄 당시 국회 현장으로 출동했던 이 사령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4일 오전 0시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상황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군 병력 선관위 난입 이유 수사 중 = 또한 특별수사단은 국방부와 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 정보사령부에 계엄 발령 관련 각 부대원 투입 현황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특별수사단은 방첩사령부 요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선관위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수사 착수 뒤 9일 오후까지 선관위 관계자 4명과 군 관계자 8명 등 참고인 12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또 선관위로부터 폐쇄회로(CC)TV를 제출받아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투입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선관위 과천청사와 서울 관악청사,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계엄군은 300여명으로 추정된다.
앞서 김 전 국방부 장관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언론에 밝혔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에 출동해서 하려고 했던 게 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참석자들도 조사 예정 = 현재 경찰에 비상계엄 관련 접수된 고발장들의 피고발인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이 전 장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11명이다.
이들은 고발 즉시 입건된 피의자이며 내란, 군형법상 반란 등을 비롯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특별수사단은 이 전 장관,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박 전 계엄사령관 등에 이어 9일 이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 조 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완료했다.
피고발인을 제외하고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여 전 사령관이 전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15명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여 사령관의 위치추적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