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엄 사건 수사권 논란

2024-12-10 13:00:16 게재

법원행정처장 “중복 영장청구,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

“재판관할 이전 검토는 긴급대응 목적 … 적법 전제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직권남용죄를 본범죄로, 내란죄를 관련 범죄로 해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는 검찰의 수사 개시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장도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고 밝혀 수사과정은 물론 공소제기와 재판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짙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수사기관의 중복 영장 청구 등 수사 경쟁에 대해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법관들이 굉장히 신중하고 무겁게 이 사건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칫 수사 과정에 확보한 진술과 증거물을 재판 과정에서 유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일부 피고인의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검찰 출신으로 형사소송 절차 등에 밝은 윤 대통령은 임박한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며 이런 절차적 문제까지 면밀히 살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법원은 이런 상황을 이유로 ‘세 기관이 통일해서 청구하라’는 취지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천 처장은 법사위에서 “중복 청구와 피의자 인권보호”를 기각 사유로 거론했다.

야당은 이날 중복 청구와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법원이 내란 사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한가하게 증거인멸 기회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제외한 경찰과 공수처 합동수사단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합동수사단을 만드는 방안을 요청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공수처가 법원에 청구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협의해 보고하겠다”고 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12.3 비상계엄’ 당시 재판 관할의 이전을 검토한 것은 상황에 긴급하게 대응할 목적이었을 뿐 계엄 선포가 적법하다고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황인성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은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출석해 법관 대표들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황 심의관은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될 경우 재판 관할 등에 관해서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가 합헌이고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한 것이 아니라, 당장 다음날부터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계엄 선포 당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간부들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계엄이 유지되는 경우 재판 관할은 어떻게 되는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법에 따라 비상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내란·외환의 죄, 공무 방해나 공안(公安)을 해치는 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의 재판은 군사법원이 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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