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 신중해야”
법관대표들 ‘이원화 원칙 지켜라’ 권고
조건부 석방제 도입 등 영장제도 개선도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법관인사 이원화 원칙을 지키고, 전국 법관들에게 의견 표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9일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각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지방법원 판사들이 소속 부장판사 중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선출하는 것인데, 뽑힌 법원장이 뽑아준 법관들의 눈치를 보느라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5년부터 법원별 투표를 없애고 전체 법원장 후보자를 추천받겠다고 했다. 또 반드시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법 부장판사도 지방법원장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법원장 보임 제도에 관해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의 완성을 위해 고등법원장은 고법 소속 법관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법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되어야 한다”며 “고법 부장판사를 과도기적, 한시적으로 지방법원장으로 보임하더라도 이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법원장 후보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법관의 명단을 공개할 것, 심의 절차에 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이 참여할 것, 사법행정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때 법관대표회의의 의견을 미리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최근 행정처가 법원장 후보의 추천·보임 범위를 전국 통합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법관대표회의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하자는 안건은 재석 97명 중 찬성 34명, 반대 63명으로 부결됐다.
이 밖에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온라인 재판 절차 도입을 법원행정처가 구체적으로 검토·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법관대표회의는 또 영장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해 △구속영장단계 조건부석방제도 도입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한 당사자의 의견진술권 보장 △압수수색영장 집행 후 사후 감독을 위한 준항고절차 활성화 등 영장제도 전반의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행정처의 검토를 촉구한다’는 안을 가결했다.
한편 김예영 법관대표회의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법관으로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임무”라며 “모든 법관들은 사태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