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에 진정된 환율, 탄핵불발에 급등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 주목…“탄핵만이 해소 지름길”
한국경제가 기로에 섰다. 내수부진과 수출저조로 저성장을 경고 받던 우리 경제는 ‘내란사태’로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세계시장은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그만큼 경제 내상도 깊어진다. 한국정치의 정상화 경로를 세계시장에 얼마나 빨리 보여주느냐에 미래가 달렸다.
10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세계시장은 불투명한 한국의 정치상황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탄핵절차에 돌입해 한국의 정치상황이 정상경로에 들어섰다는 것을 세계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시장을 안정시킬 유일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계엄 사태’ 이후 환율 추이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지난 2일까지 1400원대에서 횡보하던 원/달러 환율은 3일 밤 비상계엄 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장중 한 때 1444원까지 치솟았다. 45년 만의 ‘선진국 대한민국’의 계엄사태에 세계시장이 한국 돈을 내던진 셈이다. 하지만 2시간 여만에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하고 6시간 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해제를 선언하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전날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1420원대에서 횡보했다. 세계시장이 한국의 정치상황 추이를 지켜보는 형국이 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저녁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불성립되면서 다시 환율은 요동쳤다. 환율시장이 열린 9일(월요일) 하루 만에 20원 가까이 치솟으며 1440원대를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은 향후 사태의 추이가 중요한데, 탄핵 표결이 부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야가 탄핵 여부를 놓고 시간을 끌수록 우리 경제는 더 큰 상처를 입고 자칫 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까지 동원돼 외환보유고도 위험수위란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탄핵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탄핵 소추안 발의 전후로 환율 변동성이 커졌지만, 탄핵이 결정되자 결국 환율은 달러의 방향성과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을 반영하며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박 교수는 “세계시장은 탄핵안 처리 자체로 정치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