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시간을 앞당겨 쓴 대가

2024-12-11 13:00:01 게재

최근 내란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충격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단기적 위기는 단순히 정치적 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당장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며 문제를 방치한 결과가 결국 지금의 위기로 되돌아온 것이다. 가계부채 환경오염 자원고갈 국민연금문제 등은 모두 미래자원을 현재로 소모한 결과로 그 대가를 우리가 지금 직접 마주하고 있다.

가계부채 환경 연금문제 등 미래자원을 지금 소모한 대가

시간을 앞당겨 쓴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금융의 발달은 미래자원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 대가로 부채라는 무거운 짐을 남겼다. 현재소득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와 자산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이 생겼지만 이자를 지불하며 미래소득을 희생하고 다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대가를 요구한다. 저금리 시기 많은 사람이 내집 마련이나 소비를 위해 대출을 선택했고 그 결과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요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개인적 재정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세대적 차원에서 시간을 앞당겨 쓰는 대표적인 예는 환경과 자원문제다. 현세대는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며 에너지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했고 그 결과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농작물 피해와 에너지 사용량 급증은 이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감축 협상이 난항을 겪는 등 국제적 협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며, 자원남용과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문제도 세대적 차원의 시간 앞당김에서 중요한 사례다. 국민연금은 현세대의 상대적으로 과도한 혜택과 불균형한 연금수급 구조로 인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더 내고 덜 받고, 더 나중에 받게 하는 구조개편이 필요하지만 올해 논의 과정에서 보듯이 정치적 편향과 사회적 저항으로 개혁은 미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대 간 형평성과 갈등은 점점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내란 사태와 탄핵정국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단기적 대응이 가져오는 대가를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정치적 위기는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사회 전반의 신뢰와 안정성을 약화시킨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참 문제를 미루고 당장의 편의만을 추구하면 경제적 사회적 위기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가계부채는 경제 전반의 위험을 키우고 있고, 환경과 자원 문제는 기후위기와 에너지가격 상승 같은 현재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연금문제는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며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책임 있는 행동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할 때

문제는 이러한 대가가 미래의 나, 미래세대에게 전가되다 보니 공짜로 느껴져 실천과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위기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정치적 위기에서도 경제적·사회적 문제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대책에 의존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사태에서 보듯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경제적 안정과 미래세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는 우리가 시간을 앞당겨 쓰며 쌓아온 문제들을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세대와 나 자신이 맞이할 현실이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책임 있는 행동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할 때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