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신뢰할 수 있어야…인증 자격제도 도입 필요성↑
“적격성·독립성 있어야 부실 인증 방지”
“회계감사 수행하는 공인회계사가 적임”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허위·부실 공시를 막기 위한 인증인의 자격제도 도입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U(유럽연합)는 2024회계연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의한 공시와 인증을 의무화했다. 인증범위는 온실가스배출량을 포함해 전체 ESG공시에 대한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1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공인회계사의 역할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지속가능성 인증인의 전문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적격성을 갖춘 인증인이 독립적으로 지속가능성 인증을 해야 부실인증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기업부담 완화를 고려하면서도 EU, 미국 등의 국제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가능성 인증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동일한 인증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증인만 지속가능성 인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인증인에게 동일한 자격요건을 요구(동일한 수준의 인증기준 준수와 책임, 윤리, 독립성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회계사연맹이 올해 22개국 1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지속가능성 공시비율은 98%, 한국(시가총액 상위 50개사)도 98%로 같았다. 인증비율은 전 세계 기업이 69%인데 비해 한국은 96%로 높았다. 하지만 회계법인에 의한 인증비율은 전 세계 기업의 경우 58%인데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했다. 전 세계 기업들은 ISAE3000(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 개발)을 인증기준으로 적용한 비율이 72%에 달하는 반면 한국 기업은 13%에 그쳤다. 87%는 공신력이 약한 기준에 의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의하면 법정감사인, 회계법인, 인가받은 독립적인 인증서비스제공자만 지속가능성 인증에 참여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지속가능성 인증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사전교육과 특정과목이 포함된 시험에 합격하고 일정기간의 실무교육을 마쳐야 하는 요건을 요구된다”며 “국제적 흐름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 지속가능성인증인 자격제도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과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을 분리한 인증인 자격제도 운영방안과 ‘제한적 확신 수준의 인증’과 ‘합리적 확신 수준의 인증’을 분리한 인증인 자격제도 운영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 교수는 “인증 의무화 여부가 아닌 인증 의무화 방법, 즉 인증대상과 도입방법, 인증범위, 인증기준, 인증수준, 인증기간, 인증인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 인증의 준비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의 역사와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정보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재무정보 내 또는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연계성과 일관성을 함께 고려한 인증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속가능성 인증을 통해 투자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허위 공시 및 그린워싱을 방지할 수 있다”며 “고품질의 인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증 기관의 윤리 의식과 전문성이 중요하며, 전체 인증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품질관리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도의 윤리 의식과 전문성, 그리고 품질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회계감사를 수행하고 있는 공인회계사야말로 지속가능성 인증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회계사연맹(IFAC)에서도 공인회계사가 지속가능한 지구와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여정의 핵심 동반자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