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3조 첫 감액예산안 국회 통과…연초에 추경 추진할 듯
검경 특활비 등 정치예산과 예비비 2.4조 등 감액
민주 “증액 필요시 추경” … 최상목 “안타까운 심정”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내수 부진과 트럼프 관세정책 등으로 인한 수출둔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감액대상이 주로 검경 등 권력기관 특활비와 예비비였다는 점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예산안 통과를 주도한 야당은 “여야가 관행적인 포퓰리즘적 타협을 하지 않고 국회가 제대로 감액심사한 첫 예산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감액으로 필수불가결한 사업의 지체가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했다.
◆내역 미제출 특활비 일괄 감액 =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673조3000억원이다.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 감액됐다.
세부 삭감 내역을 보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원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 △감사원 특활비 15억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원 등이 감액됐다. 주로 권력기관의 특활비 가운데 국회에 세부내역을 입증하지 않은 규모로 감액한 것이다.
여기에 △예비비 2조4000억원 △혁신성장펀드 238억원 △원전산업성장펀드 50억원 △기초연금 급여 500억원 △아이돌봄 지원 돌봄수당 384억원 △일경험 지원 46억원 등 정부 정책 사업 예산도 다수 삭감됐다.
여야 협의와 증액 없이 국회에서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감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전날 본회의 직전까지 벼랑 끝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진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감액안보다 2조100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국민의힘 역시 마지막 협상에서 감액된 예산 중 1조6000억원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8000억원을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협상은 완전히 결렬됐다.
◆추경편성 불가피 =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민생예산 등의 증액이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상 정한 재난, 경기침체 등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본예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추경 편성으로 해결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액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도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경제에 더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인 만큼, 감액된 예비비를 어느 정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적으로 보면 특활비보단 예비비가 중요하다”며 “내년도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 여유가 필요한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정부는 통과된 예산을 기반으로 민생안전과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의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본회의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에 착수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