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도 부끄럽다

2024-12-11 13:00:04 게재

성동구 현수막 철거

“직원들 헌신과 노고가 빚어낸 가장 영예스러운 상이 더 이상 명예롭지 않고 부끄러워 현수막을 뗍니다.”

성동 현수막 철거 성동구가 10일 구청 외벽에 내걸었던 대통령상 수상 축하 현수막을 철거했다. 17개 동주민센터에서도 곧 같은 작업을 할 예정이다. 사진 성동구 제공

10일 오후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누리소통망에 동영상과 함께 짤막한 글을 올렸다. 영상에는 행당동 구청 외벽에 크게 내걸렸던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점차 사라지는 장면이 눈에 띈다.

성동구는 앞서 지난 10월 ‘2024년 재난관리평가 우수기관’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중앙정부부터 지자체 공공기관 등 332개 재난관리책임기관 가운데 역량이 뛰어난 곳에 주는 상이다. 구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안전신문고 활동, ‘성동형 다중인파 안전관리시스템’, 반지하 전수점검과 취약계층 안전강화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는 2018년 이후 6년만에 받은 대통령 표창을 기념해 구청을 비롯해 17개 동주민센터까지 자축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12.3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상’이 곧 ‘부끄러움’이 돼버렸다. 구청과 동주민센터를 지나는 주민들 항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는 구청에 이어 17개 동주민센터에서도 현수막을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구청장 누리소통망을 방문한 주민들은 해당 게시글에 찬성과 응원 댓글을 남겼다. ‘빛날 상이 욕되게 하는 상으로 변질됐다’거나 ‘탁월한 결정’이라는 내용이다. ‘탄핵이 답이다’라고 호응한 주민도 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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