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이재명 대표’, 약일까 독일까

2024-12-11 13:00:03 게재

차기지도자 적합도 50% 안팎으로 상승

외신에 ‘대통령되면’ ‘한국 트럼프’ 언급

당내외, 차기대선 언급 … “김칫국 안 돼”

보수진영 ‘탄핵=이재명 대통령’ 여론화

여당과 보수진영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직 직행’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 대표를 과도하게 앞세우는 게 ‘탄핵 전략’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친명계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은 탄핵을 가장 앞으로 강하게 세워야 하고 대선을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탄핵 상황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탄핵에 서두르는 이유가 이재명 대표 대통령 만들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탄핵 여론을 차단하거나 당내 결집에 나서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가) 물 만난 듯 대통령 놀이를 시작했다”며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라며 동료 의원들의 탄핵반대를 독려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목하는 비율이 50%를 웃돌면서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차기 대통령(지도자)’으로 꼽은 비율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2등과의 격차다.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로 평가되는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는 여론조사가 많았다. 7.1~12.5%p로 이 대표와의 격차가 너무 커졌다. 이러다보니 ‘탄핵 이후’ 5개월 후쯤으로 예상되는 대선에서 이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경우 당내 경선에서도 뚜렷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앞선 상태다. 최대 적수로 평가되는 김동연 경기지사 지지율은 2~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이재명 대통령행’으로 프레임이 설정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표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판 트럼프로 불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실용적이라고 소개했다. 대북 대중 전략과 함께 지역화폐 등 자신의 행정경험과 정책 계획을 제시하는 등 ‘준비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증진하는 도구가 아닌 국가를 통합하는 데 사용할 책임이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다. 대선도전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그 안에는 부수법안으로 이재명 대표가 결단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연기 등 부자감세가 포함됐다. 이 두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는 민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 관철시킨 것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폐지와 유예를 주도하면서 중도확장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또한 이 대표의 ‘대선 가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의 중진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의원이나 지지자들이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칫국부터 마셔선 안된다. 좀더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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