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통령 탄핵안 발의…국무위원 탄핵은 ‘속도조절’
14일 본회의서 탄핵 표결, 상설·일반특검도 본궤도에
국무위원 30% 회의 배제 … “내란동조 경중 가릴 것”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회기 첫날인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14일 탄핵안 본회의 표결을 위한 포석이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출석시켜 긴급 현안질문을 실시한다. 12일에는 박성재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사퇴가 이어지면서 국무회의 무력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11일 오후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내란 사태를 주도했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의에 이어 12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1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탄핵안 표결은 국회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아직도 국가수반 자리에 내란수괴 혐의자가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면서 “탄핵열차는 결코 멈출 수 없다. 토요일 국회가 국민 염원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또 12.3 내란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문을 실시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의 출석을 요구했다.
야당은 이들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심의를 위해 열렸던 국무회의 당시 상황과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등의 국회 투입 경위,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입 통제 및 서버실 촬영 등의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12일에는 박성재 법무부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장관과 조 청장에 대한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될 수 있다. 야당 의석만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 총리에 대해선 “탄핵소추안을 이미 작성하는 단계”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10일 통과시킨 상설특검의 수사대상으로 적시하고 있고, 예산안 통과 후 본회의에 출석한 한 총리에게 “내란 공범이 어딜 감히 나오느냐”며 야유를 퍼부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명분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탄핵할 수 있는데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장관 탄핵과 별도로 내란사태를 수사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도 비상계엄 선포 전 실시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한 총리를 포함해 박성재 법무, 조태열 외교, 김영호 통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포함된다. 국방·행안부장관이 물러난 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석이다. 법무부장관의 직무가 정지되면 국무위원 21명 가운데 6명이 배제된다. 특히 한 총리의 탄핵과 관련해선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경우 권한대행 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법무장관 등에 대한 탄핵과 관련 정부 대변인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치안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들의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면서 야당의 탄핵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내란 부역자를 두둔했다”면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은 그만하고 조금이라도 덜 추하게 즉시 사퇴하라”고 반발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어떤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다수 국무위원에게 ‘내란 동조자’라며 공격하면서도 국무위원 탄핵 수위를 놓고는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무위원 다수를 ‘탄핵 살생부’에 올릴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내란사태 특검법(일반) 처리 등에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 유무만으로 가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내란사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등 경중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다수당의 힘 자랑’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한 총리에 대해 ‘내란에 동조했다’면서도 아직 탄핵안을 내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이유로 읽힌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