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난국에 생각하는 인성교육

2024-12-12 13:00:01 게재

살아오면서 제자나 후배들에게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전화위복(轉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근심·걱정하던 일이 뜻밖에 잘 풀려 오히려 성과를 내기도 하고, 좋은 일로만 생각했는데 나쁜 결과가 나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다. 삶이 전화위복 새옹지마를 증명하는 과정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이승만독재 항거한 힘은 자유민주교육

나라 안팎이 어지럽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가 놀랐다. 이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먹고 살기에도 벅찬 국민이 위정자들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막막한 현실이다. 더구나 청년·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서거나 집단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있으니 기성세대, 특히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1945년 일제로 부터 해방을 맞아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됨으로써 대한민국 학령기 아이들은 비로소 자유민주주의 교육을 받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바로 4.19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이승만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학생과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제1공화국을 끝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의 힘이다. 그런 만큼 올바른 교육이 절실하다.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거짓선동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것도 교육의 몫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화위복 새옹지마를 강조하는 까닭은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가를 일러주고 싶어서다. 전화위복 새옹지마가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사회성 끈기 인내 봉사 등 비인지적 영역의 능력, 즉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는 오로지 학교에서의 교수-학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이뤄가는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의 체험활동을 통해서 배려심도 키우고,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심도 길러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현장에서 인성교육은 매우 소홀히 이루어지고 있다. 활성화되어야 할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마저도 교과교육에 밀려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몇몇 몰지각한 인사들의 자녀 입시와 관련된 사건으로 대학입시에서 교과 외 활동 기록의 중요성이 약화되거나 없어지고 난 후 비인지 영역의 활동은 유명무실해졌다.

비정상적 현실, 인성교육 소홀 탓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비교과 영역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학교 밖으로 한걸음만 나가면 학습 이외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학력 테스트로는 측정할 수 없는 비인지 능력이 올바른 삶, 성공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성실 인내 호기심 사교성 같은 비인지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배워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단순히 교과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함께 배우고 부딪히며 비인지 능력을 함양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사회는 교과공부의 중요성만 강조하다 보니 교과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늘 칭찬받고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학교에 진학한 후 소수 그룹에 속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으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 걸맞은 인성을 갖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 증거가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비정상적 현실이기도 하다.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