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압수수색 ‘빈손’…‘임의제출’ 조율전망

2024-12-12 13:00:03 게재

‘공무상 비밀’ 책임자 승낙 필요

역대 대통령실 진입 전례 없어

‘12.3 내란’ 사태를 수사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1일 처음으로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필요한 수준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경호처와 대치하면서 청사 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일단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대통령실 협조 여하에 따라 다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수사관들은 전날 오전 11시 45분쯤 대통령실 민원실에 도착, 출입 절차를 밟았지만, 대통령 경호처측이 불응했다.

형사소송법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나 감독 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국가 중대 이익’인 경우에만 예외를 두고 있다.

경찰은 전날 상황을 설명하면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대통령실이라는 장소 특수성을 감안해 임의제출로 먼저 자료를 확보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의제출이 불가능할 경우 관리자 허가에 따라 압수수색하라는 단서가 있었다고 경찰 특별수사단은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과 이전 정부에서의 관례에 입각해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압수수색도 경찰과 대통령실이 조율을 통해 임의제출하는 이른바 ‘허가’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며 압수물 박스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그동안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기록물 및 경호법 등을 토대로 수사기관의 청와대·대통령실 경내 진입을 불허해왔다. 이에 따라 경내가 아닌 청와대 연풍문 등 일정한 지정 장소에서 임의제출한 자료를 받아오는 방식이 활용됐다.

지난 문재인정부 때는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2019년 12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총 네 차례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앞선 세 차례의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마무리됐지만, 2020년 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때 청와대는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박근혜정부 때도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7년 2월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을 비롯해 세 차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있었고, 검찰은 모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수수색 불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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