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총리위임은 헌법상충 여지”
백혜련 의원실 질의에 대법원 법원행정처 답변
대통령의 헌법 상 권한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에 임의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견해가 공개됐다.
12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대통령의 권한위임 관련 자료 요구의 건’ 답변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백 의원은 대법원에 ‘현직 대통령이 탄핵 전 헌법상 권한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에 위임하는 절차’에 대해 서면질의한 결과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 명목상으로만 행사되거나, 국무총리 등에게 전적으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로 행사되는 경우 헌법 상충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견해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 담화에서 ‘질서있는 퇴진’ 방식으로 제시한 임의적인 대통령 직무 배제나 대통령 권한 위임 등에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권한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백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책임총리제와 관련, ‘현행법상 실현 가능성과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실에 서면 질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며 “그 외에 대통령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은 9일 “어떠한 주장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려면 발언 당사자가 헌법상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그 다음에 그런 주장에 대한 위헌 여부를 따질 수 있다”며 “책임총리제의 헌법적 근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국무조정실은 “현행 헌법 및 법률상 대통령 궐위·사고 등의 상태가 아닐 경우 국무총리의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는 불가하다”며 “책임총리제는 현행 헌법·법률적 제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백 의원은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