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프린스호’ 좌초로 세상에 알려진 소리도

2024-12-13 13:00:01 게재

주민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스스로 회복”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리도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95년이다. 7월 23일 14시 20분쯤 14만톤급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태풍을 피해 먼바다로 피항하던 중 소리도 동쪽 까치섬(작도)에 충돌했다.

소리도 안내도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소속의 유조선 씨프린스호는 A급 태풍인 페이(faye)가 내습하자 안전을 위해 원유 하역을 중단하고 원유 잔량 8만3000톤을 실은 채 피항하고 있었다. 큰 배들은 태풍이 오면 항구가 아니라 주변에 선박이나 장애물이 없는 먼바다로 나가 피항한다.

까치섬에 충돌할 때 기관실이 파손되고 연료유가 폭발하면서 엔진과 선체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모든 기능이 정지된 씨프린스호는 풍랑에 떠밀려 소리도 서남쪽 대바위에 좌초됐다. 승무원 20명 중 19명이 소리도로 피신했고 1명은 실종됐다.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고 유조선에 남은 기름을 옮겨싣기 위해 120척의 배가 동원됐지만 태풍의 상륙으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13만톤급 유조선이 동원돼 8월 8일 원유 1만9000톤을 옮겨실었으나 기상 악화로 작업은 9일부터 중단됐다.

5000여톤의 벙커C유와 원유가 해상으로 유출됐다. 당시 전남 여천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유출사고 피해는 231건, 양식장 3295㏊, 남해·거제·부산·울산·포항까지 204㎞의 해상과 73㎞의 해안이 기름에 오염됐다. 어민 재산피해는 443억5600만원이었다.

씨프린스호는 11월 26일 인양돼 필리핀으로 예인됐다. 선체 수리를 위해 필리핀 수비크만 앞바다에서 머무르던 씨프린스호는 악천후로 12월 24일 완전히 침몰되었다.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는 유조선 사고가 해양 생태계에 매우 위험하다는 심각성을 인식시킨 계기가 되었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기름띠를 형성해 오랫동안 바다를 죽은 바다로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고 10여년 후 해상수질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밝혔다.

소리도 주민들은 “등대가 비추는 뱃길이 기름으로 가득했었다”며 “해상오염이 사라진 것은 사람들이 방제를 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스스로 회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소리도 = 남준기·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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