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아직 갈 길 먼 외국인 근로자 고용정책

2024-12-13 13:00:02 게재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6월 ‘외국인력의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10년 이상 체류가능, 유학생 비전문취업(E-9) 전환, 출국기간 단축 등을 담은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라 외국인력 수요 폭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 패러다임을 기존 ‘단기 순환’에서 ‘정주화’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조속하게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해외인력 대거 유입에 따른 갈등관리 및 사회통합정책까지 요구되고 있다.

다양한 이슈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외국인근로자 고용사업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갈등은 사업장 변경이다. 특히 외국인근로자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양측 모두 할 말이 많다. 일부 외국인근로자들이 사업장 변경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태업하거나 무단결근 등의 부당한 행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을 꼽는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에서도 중소기업의 68.0%가 외국인근로자로부터 계약 해지를 요구받는 경험을 했다. 이 중 58.2%는 입국 후 6개월 내에 이런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외국인근로자의 계약 해지를 거절한 경우 85.4%의 기업이 태업 꾀병 무단결근 등 추가 행동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업장 변경은 대체인력 구인 애로(81.2%), 외국인근로자 도입비용 손실(57.1%), 제품생산 차질(55.0%) 등 중소기업에 다양한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답했다.

입국 직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원인은 구인-구직자 간의 정보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채용과정에서 정보공유와 필터링을 강화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또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의 이탈을 막기위한 제도화로 장기근속에 대한 인센티브도 여전히 유효하다. 반대로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위한 절차가 간소화되고 비용이 절감된다면 사업주의 사업장 변경에 대한 부담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중소기업들은 외국인근로자의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내국인과 달리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특히 8월 서울시의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계기로 차등 적용 문제가 다시 한번 이슈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먼저 외국인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대우 금지 협약’과 근로기준법 제6조, 외국인고용법 제22조에 위배된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판례를 통해 ‘내·외국인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1개국 중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국가는 단 한곳도 없다. 일부 국가에서 직종 업종 지역 연령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사례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검토돼야 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신 현실적 대안 찾아야

중기중앙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1인당 인건비는 숙식비를 포함해 302만4000원으로 실질임금이 내국인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은 고용 초기(3개월 미만)에 동일조건의 내국인 대비 55.8% 수준으로 낮은 초기 생산성 때문에 상당수 기업은 4개월의 수습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숙식비가 포함된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입국 후 수습기간(3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10% 감액해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4개월의 수습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감액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시행령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송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입국 전 한국어 교육이 일정 수준 이상 이뤄지도록 하고 이를 충족한 근로자에게는 임금이나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외국인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대신 위와 같은 방법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숙식비를 별도로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됐고, 다른 사업장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아질 경우 사업장 이탈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안착될 때까지 이를 신규 입국자에게만 적용하거나 사전에 숙박비가 별도 지급 의무 사항이 아님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각 사업장에서는 근무환경 개선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안성희

선진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