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안가 회동’ 경찰청장 구속심사
13일 서울중앙지법서 서울청장과 함께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3일 구속 갈림길에 선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이날 오후 3시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전날 이들에 대해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자정을 넘겨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은 계엄 당시 국회 통제를 지시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계엄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계엄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여” = 경찰은 “이들은 그간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비상계엄 발령 수 시간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난 3일 저녁 7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계엄 선포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을 하달받는 등 계엄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계엄 당일 두 차례 이뤄진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일선 기동대에 하달하는 등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 들의 출입을 막은 혐의도 받는다.
조 청장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경찰력을 보내 계엄군의 계엄 집행에 협조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다만,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김 전 청장이 실제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경찰 등이 제출한 증거 자료 등 서면 심사를 바탕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경찰은 그간 조·김 청장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또 국회와 선관위 등 현장에 출동한 일선 경찰관들의 참고인 진술과 당일 무전 기록도 분석해왔다.
◆사전모의 정황 확인 = 이런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조 청장의 진술 내용이 알려지면서 급박했던 당일 상황이 확인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인 오후 7시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불러 사전 지시를 내렸다. 이 회동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계엄 선포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을 적은 A4 문서 한 장을 조 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악 대상에는 국회와 문화방송, 유튜버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 등 10여곳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200(밤 10시)’에 계엄령을 발령하고 ‘2300(밤 11시)’에 국회를 장악하는 등의 계획이 시간 순서대로 적혀있었다.
조 청장은 함께 배석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안가를 나오면서 “이게 실제인 게 맞느냐. 우리 갖고 시험하는 것인가”라고 대화했다고 한다.
이후 공관으로 가 배우자에게 “말도 안 된다. 이게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리 없다”며 지시 사항이 담긴 A4 용지를 찢었다고 조 청장은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최후까지 국회 무력화 기도 = 계엄령 선포 직후 조 청장 지시로 출입통제가 이뤄지던 국회는 밤 11시 6분쯤부터 약 30분간 통제가 풀렸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및 국회 관계자, 취재진 등은 출입이 허용됐고 이때 본회의에 참석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했다.
조 청장은 이후 밤 11시 37분쯤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요청을 받고 계엄 포고령을 확인한 뒤 다시 국회를 전면통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포고령 1호 발령 후에는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 병력 동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총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접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하지만 조 청장은 이러한 지시를 일선에 하달하지 않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고 한다.
조 청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줄 것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15명의 위치추적 요청을 받았지만, 휘하 간부에게 “절대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계엄사태 이후 경찰청장 사직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