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물위기 대비 지하수 활용 전략을 세우자

2024-12-16 13:00:02 게재

기후변화와 잦은 극한 기상 현상으로 강수량 변동성이 심해져 특정 계절에 물 부족 위기가 빈번해지면서 지하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하수는 전세계 액체 상태 담수 부존량의 약 98% 내외를 차지한다. 활용 가능한 양으로만 추산해도 지하수는 강이나 호수 등 표층 담수보다 더 풍부한 자원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그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관정 규모에 따라 재신고 등 관리 강화해야

지하수는 법적으로 강이나 하천과 같은 공공수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부분 토지에 속하는 자원으로 인식된다. 이는 토지 소유자의 사용 권리가 상당 부분 보장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하수는 특정 지점에서 과도하게 추출하면 주변 지하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양적 고갈과 수질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온양과 유성 온천 지역에서는 온천수 취수 경쟁으로 지하수위가 수백 미터까지 낮아졌다.

결국 공동 개발 및 비용 분담을 통한 공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 이는 지하수의 무분별한 사용이 초래한 양적 고갈의 뼈아픈 실패를 보여줌과 동시에 공적 관리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지하수 관정 약 177만개가 존재한다. 이는 국가 단위로 세계 최고 수준의 관정 밀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관정당 지하수 취수량은 평균적으로 아주 낮아서 지하수 관리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하수 관정을 점차 관리가 가능하고 규모화된 공공 관정으로 대체하고 기존의 소규모 사용 관정은 일정 기간 경과 시 재신고를 의무화하여 관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관정 규모에 따라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재신고하도록 하면 관리체계가 강화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발생하면서 지하수는 국가적 물 공급 안전망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하수 활용 시설들이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과 같은 공적 관리체계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국가적 물 위기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가뭄 대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공공 관정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며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 대규모 위기 대응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냉난방용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성

효율적인 지하수 활용을 위해서는 물이 풍부한 대수층을 사전에 조사하고 필요한 곳에 양수 시설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위기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비상 대응용 공공 관정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뭄뿐만 아니라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자연재해, 예기치 않은 대기오염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지표수 상수원 오염 사고 등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공 관정은 물 위기시에 필요한 안전망이지만 평상시에도 적극 활용돼야 수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향후 취수원 다변화로 상수도 공급량의 일부도 지하수가 분담할 수 있고 지하수열이 냉난방용 재생에너지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수도 공급 중단 예정일 ‘데이 제로(Day Zero)’ 사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크게 차질이 생겼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겪었던 극심한 불편과 물을 받는 경쟁이 우리나라에서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지하수 활용전략을 짜야 한다.

이강근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