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심판 ‘중대한 법 위반’이 관건
헌재, 심사 결론나면 중대성 따질듯
국회 “비상계엄 선포 위헌·위법행위”
대통령 “통치행위, 내란행위 아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의 ‘중대한 위헌·위법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6일 헌재는 이날 재판관 회의를 열고 사건처리 일정 등을 논의하고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헌재는 그동안 탄핵심판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실패만으로는 탄핵될 수 없다’는 것이 헌재가 일관되게 밝혀온 원칙이다.
헌재는 계엄령 선포 행위에 대한 사법 심사가 가능한지 우선적으로 판단한 뒤, 그간 공개된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안에 대해 헌재 심사가 가능하다고 결론 나면, 다음 단계에선 △위헌·위법 행위가 명백한지 △그 중대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2차 탄핵소추안에서 탄핵 사유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초점을 맞췄다. 비상계엄의 위헌성이 명백하기 때문에 파면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 헌재의 심리 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차 탄핵안에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윤 대통령 내외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 등도 담긴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며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 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위헌 위법행위와 관련 크게 3가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고령 1호의 작성 경위와 주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이 초고를 작성하고 윤 대통령과 상의해 최종본을 완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방첩사령부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군 투입의 목적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진입을 막거나 무력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는 주요 정치인과 야권 인사, 전·현직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한 체포 작전 시도 여부다. 윤 대통령은 이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계엄군이 그랬다면 포고령 때문에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학자들은 이번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만큼 위헌 요소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 계엄 요건을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계엄은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선거법 위반 등 법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히 “대통령 파면은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신중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반면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용도로 남용해 적극적·반복적으로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도와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국가의 기관과 조직을 동원했다”며 파면을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