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환 조사 중 전현직 정보사령관 긴급체포
탄핵소추 다음날 윤 대통령 고발인 소환
국무위원·경찰 경비라인도 참고인 조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며 경찰의 ‘12.3 내란 사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15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 특히 특별수사단은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 등을 내란죄 등으로 고발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특별수사단은 15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소환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노상원 전 사령관, 포고령 작성자 지목 = 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기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노 전 사령관이 포고령 초안을 작성한 게 아닌지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당일 김 전 장관과 만나거나 통화를 했으며, 계엄 해제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추가 작전’ 여부를 논의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보사 병력은 계엄 선포 2분 뒤인 오후 10시 31분 선관위에 도착해 전산 시스템 사진을 촬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 사령관이 계엄을 미리 알았거나 사전 모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문 사령관은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 공작부대(HID)를 국회의원 긴급 체포조로 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한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경찰은 문 사령관을 포함해 현재까지 43명의 현역 군인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군인 1500여명이 계엄 과정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에 공개됐던 군 투입 추정치보다 훨씬 큰 규모”라며 “조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접 조사 준비 단계 =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과 관련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15일 윤 대통령 등을 내란죄 등으로 고발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이날 조사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에 진행된 것이라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침을 확실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윤 대통령을 소환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경찰이 한발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체포영장 신청 검토’ ‘출석 요구 검토’ ‘관저 압수수색 검토’ 등을 발언하는 동안 검찰은 물밑에서 윤 대통령에게 소환 통보를 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력을 입증할 기회로 여겨왔다.
특히 내란 혐의는 경찰의 고유 수사 영역이라며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수사단을 꾸리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이 중복해 출석 요구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검찰과 경찰 어느 쪽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윤 대통령 소환 통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타 기관 일에 입장을 낼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들 조사 시작 =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18일 10시까지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 명의로 작성된 출석요구서에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시됐다.
앞서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9시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와 함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 군 지휘부 관련 사건도 함께 이첩한다. 윤 대통령과군 지휘부 사건은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해온 부분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비상계엄 수사를 위해 공수처의 요청을 국가수사본부에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이 진행하던 윤 대통령 관련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하고, 이를 공조수사본부가 진행하는 모양새다.
특별수사단은 또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0명과 조태용 국정원장 등 총 11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특히 한덕수 총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에 따라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특별수사단은 이 중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현재까지 피의자로 전환된 인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추가로 고발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 총리 등 2명에 대해 출석 요구를 했으며,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계엄 당시 경찰의 국회 통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청 경비과장 경비안전계장, 서울경찰청 범죄예방대응부장과 경비안전계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