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폭주 멈췄지만 한국경제 '시계제로'
국가신용 하락 위기는 넘겨…불확실성 해소
'내수부진·저성장·트럼프리스크' 복합위기
탄핵 가결로 ‘내란폭주’는 멈췄지만 한국경제는 가야할 길이 멀다.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의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수출부진과 내수 침체가 겹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극단적 ‘미국 중심주의’도 건너야 할 강이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저성장’도 경제팀이 안고 갈 숙제다.
1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계엄사태로 촉발된 국가신인도 하락 위기는 가까스로 막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 경제의 과제는 더 무거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불안정한 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투자가 어려워지고 기업들도 결정을 유보하는 상황이 생기니 경제가 더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당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차츰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조금 떨어진 1428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환율은 계엄 직후 1430원대까지 뛴 바 있다. 국내 증권시장도 2515.62로 탄핵안 가결 직전보다 21.16p나 오르며 큰 상승세로 출발했다. 지난 14일 탄핵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시장은 판단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에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에서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외여건의 최대난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언론대담에서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그동안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현재보다 13%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부진한 내수 상황도 해결 과제다.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내수 경기 침체는 최근 더 악화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실질 가계 소득이 낮아진 탓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공개한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래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고용지표는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년 초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가 143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이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 체제’에 돌입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밸류업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본·외환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