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의결되자 세계 각국이 우리 민주주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독선과 불통, 무능과 무책임으로 상징되는 대통령을 탄핵으로 퇴출시키며 정치리스크가 다소 해소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내란 수사상황, 헌법재판소 재판 전망, 여당 분열과 정치권 대립, 차기 대통령 선거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치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차기 대선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전개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 위험요인을 줄여서 안정을 되찾는 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 내수침체 투자위축 같은 대내 불확실성과 함께 미국 트럼프정권 출범 영향,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내란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미증유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여러 전문가는 물론 주변 경제 현장에서 1997년 외환위기나 코로나19 때보다 훨씬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각 주체별로 경제안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 경제 외환위기나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다
첫째,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 다른 교역국, 국제금융기구나 투자가 등을 안심시킬 메시지를 만들어 공표해야 한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런 결의를 천명하고, 아울러 우리 미래 경제를 위해 필요한 입법을 몇개라도 성사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 대개 말만 앞세우거나 여야가 대립하는 모습의 국회가 신뢰를 얻으려면 결의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 부처와 주요 경제기관의 임명직 고위 공직자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해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동안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대통령 아래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주도하거나 발표하고, 토론회를 주재하다보니 주무 부처 장·차관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경제가 안정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부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경제정책을 수립하거나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중간 간부나 실무 공무원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더욱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정책 담당자들은 윗선을 탓하며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위 공무원들이 변신하고 그에 맞춰 정책 담당자들도 적극 행정이나 솔선수범으로 변신해야 할 때가 됐다.
넷째, 대기업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주시하며 움츠려들지 말고 경영에 적극 매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개 기업이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회장들이 대통령 행사에 수시로 불려 나가 들러리를 서는 상황에서 미래를 전망하며 투자계획을 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모습이 사라지는 대신에 다양한 투자계획을 세우는 여러 기업들의 소식이 언론에 계속 보도돼야 한다.
다섯째, 국민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소비만 하며 지출을 대폭 줄이면 내수 경제가 위축돼 경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수록 활발한 소비를 통해 경제가 선순환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 각자가 경제안정의 주체로 소비할수록 경제회복은 빨라질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 보여준 국민의 저력 이제 경제회복에 쏟아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사실상 내란사태를 촉발했지만 이를 막아낸 것은 현명한 다수의 국민이었다. 이런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준 저력을 이제는 경제 회복력을 위해 보여주는 데 올인할 때다. 경제의 어려움을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비롯하여 정부·기업·국민의 모든 경제 주체가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