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총력전에도 시장 불확실성 여전…경제정책기조 변화 주목
내란폭주 멈췄지만 한국경제 시계제로 ②
내수부진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대내외 악재 겹쳤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준비 속도
경제문제 논의할 ‘여야정 3자 협의체’ 구성 여부 주목
여당 반대기류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 변수 더 많아
‘내란 열차’의 폭주는 일단 멈췄지만 경제 불확실성은 ‘아직도’다. 탄핵 인용 여부도 불투명하고 탄핵하더라도 새 정부 출범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정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세계가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다.
경제여건도 녹록찮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에 국민들은 소비여력이 없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부자감세정책은 실질구매력을 더 낮췄다. 최근 내수부진의 핵심이유다. 바깥 사정은 더 만만찮다.
대표적인 게 ‘트럼프 불확실성’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모든 나라에 관세를 10% 인상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수출 대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사활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 ‘대행 정부’가 물밑조율을 지혜롭게 해낼지도 의문이다. 힘이 실려야 협상도 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덕수 대행체제를 ‘계엄 동조세력’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팀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제팀 총력수습 다짐하지만 = 1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은 경제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제팀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해외에 ‘한국경제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수습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이달 중 끝내기로 했다. 주식시장 밸류업을 비롯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본·외환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경제팀의 행보에 힘이 실리느냐다. 최 부총리는 탄핵안 가결 뒤 ‘국회와 적극 협력’을 다짐했지만 정치상황은 안갯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3자 경제협의체’도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마땅찮은 입장이어서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여야정이 적어도 당면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합심해 나갈 수 있도록 기재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성사 여부는 자신하지 못했다. 정치상황이 그만큼 복잡해서다.
국회를 통과한 쟁점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여야정 경제협의체’ 구성의 변수다. 지난달 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계엄사태 직후에는 상설특검법 등이 단독처리됐다. 이 법안들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여야정 경제협의체는 사실상 물건너갈 것이란 분석이다.이런 기류에 한 대행은 당초 17일 국무회의에서 6개 법안을 심의하려다 하루 전 상정을 보류했다.
◆경제정채 기조 변화도 변수 =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기존 부자감세와 긴축경제정책 기조로는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수진작이 시급한 경제상황과도 맞지 않다.
정부는 현재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처별 내년도 주요 정책 추진방향을 논의하고 조만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주요 정책 추진에도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6일 “여·야·정 비상경제 협의체를 통해 앞으로도 여·야 막론하고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주요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각론에 돌입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당장 야당의 협력은 필요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받고 있지만, 내각은 여전히 윤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정부’란 사실이다. 기재부로서는 ‘정책기조 변화’를 온전히 담기도 어렵고 기존정책을 되풀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정치상황이 기싸움으로만 이어진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확실성의 대명사인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세계의 경제질서가 일거에 흐트러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두 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에 트럼프측과 제대로 물밑 조율하지 못하면 트럼프행정부 출범 뒤 감당못할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