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환율 변동성 확대, 금융시장 살얼음판
외국인, 탄핵 후 첫날 주식·채권 순매도
고삐 풀린 환율 …1438.5원까지 치솟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7거래일 만에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왔지만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순매도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끌어내렸다. 원달러환율은 1438.5원까지 치솟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트럼프 2.0 리스크 등 경기 하방 위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판결과 정치 정상화가 진행돼야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틀 연속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로 1%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9시 24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633억원, 기관은 23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만 1803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에서도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3억원, 72억원을 순매도하고 개인만 56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연일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일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총 54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에서도 국채 등 54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셀코리아를 확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2391조원으로 작년말 2562조원보다 6.7% 감소했다. 올해 7월 10일 2763조원보다는 13.5%나 급감한 금액이다.
16일 기준 외국인 시총 비율은 29%로 7월 10일 32.05%에서 3.05%p 줄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시총은 작년말 736조원에서 7월 10일 885조원까지 증가했다가 16일 693조원으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커졌다. 12.3 내란사태 이후 5일과 6일 채권시장에서 3311억원, 1019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이후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섰지만 16일 다시 549억원어치 채권을 팔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지난 11월에도 외국인의 월간 채권 순매수 금액은 전월 대비 감소한 바 있다. 국채, 통안채 금리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유인이 확대되고, 재정거래 유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채권 금액은 11월 말 기준 총 2587조원 중 외국인 비중은 10.4%인 270조원 규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 이후에도 정치 정상화 과정에 상당한 시간 소요(3~6개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기 부진 심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고삐 풀린 환율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원달러환율은 1440원을 향해 조금씩 고점을 높여가는 흐름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24분 현재 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20원 오른 1437.2원이다. 전일 원달러환율은 장중 1438.5원까지 치솟았다.
치솟는 환율은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9월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761억5060만달러(253조원)에 달한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일례로 외화부채를 13조6400억원 보유한 SK하이닉스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때 순이익이 5919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