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고환율 부담 지속…경기 하방 위험 여전
정치적 불확실성·연말 유동성 우려
미 FOMC·일본은행 금리 결정 경계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말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 당장 이번 주에 예정된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결정 역시 증시와 환율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 복귀에도 외국인 매도세 발목 = 코스피가 17일 장 초반 약세를 보이며 2460대로 내려 앉았다. 이날 오전 9시 24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91포인트(0.96%) 내린 2465.06이다. 지수는 전장 대비 1.66포인트(0.07%) 내린 2,487.31로 출발한 뒤 외국인의 매도세에 낙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633억원, 기관이 23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은 1803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6.95포인트(0.99%) 내린 691.58을 나타냈다. 지수는 전장 대비 0.99포인트(0.14%) 오른 699.52로 출발했으나 곧장 약세로 전환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3억원, 72억원을 순매도하고 개인은 56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이틀 연속 열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 증권은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혼란 기간은 단축될 수 있으나, 성장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은 잔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시장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16일 채권시장에서 549억원어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돼도 경기 하방 위험 남아있다”며 “트럼프 정책리스크 상존과 연말 유동성 확보, 19일에 있을 롯데그룹 사채권자 집회,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감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추경 관련 언급으로 인해 채권시장 변동성을 촉발시키는 모습”이라며 “정치적으로 대통령 교체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 이는 채권시장 약세재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내수 경기·설비 투자에도 부담 = 더 큰 문제는 환율이다. 계엄 충격에 요동친 환율이 미 연준의 금리 결정에 따라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환율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불안하다.환율 상승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수입 물가와 내수 경기, 설비 투자에도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주요국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장 초반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437.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1440원을 향해 조금씩 고점을 높여가는 흐름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급한 불은 껐으나 원화 고유 약세 압력 여전하다”며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반영해 2025년 환율 전망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은 레벨 부담 및 당국 개입 경계감 등에 1440원 부근에서 단기 저항선을 형성한 가운데 남은 연말까지도 1400원을 웃돌 것”이라며 “올해 4분기 평균 원달러환율은 기존 전망 1385원보다 소폭 높은 1390원 부근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은 기존 1350원에서 1400원으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국가 신인도 및 경제 악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상무는 “앞으로도 주요 인사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 헌법재판소 결정의 가변성, 탄핵 인용 시 이어질 대선 국면과 순조로운 정권의 이양 여부 등 굵직한 정치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 기간에 단기금융, 회사채 및 여신 등 직간접 금융시장 어느 한 곳에라도 중대한 신용사건이 발생한다면 하강 국면에 있는 경제환경과 취약한 투자자 심리가 결합되어 자본시장에 상당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글로벌IB는 이미 우리나라의 성장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유 상무는 “실물경기 둔화 가운데 채권시장 내 신용사건 발생이 겹치게 된다면 국가신용도나 CDS프리미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또다시 국내 자본시장과 신용카드발생사들의 자금조달여건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재정 및 통화 등 정부당국의 신중하고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