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적극적 재정확대가 시급하다

2024-12-18 13:00:02 게재

연말은 항상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를 가리키는 지표들을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11월 28일 한국은행은 올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2%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2.1%에서 1.9%로 각각 0.2%p씩 낮춰 잡았다. 그동안 수출은 호황을 구가했지만 최근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보편적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앞으로 수출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이미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추가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내수도 심상치 않다. 3분기 전국소매판매액은 1.9% 감소해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법인파산건수도 1~10월중 1380건으로 전년 동기(1081건) 대비 28% 늘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파산건수(1302건)를 이미 넘어섰다. 또한 올 3분기 내국인의 해외 출국자수는 717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국내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한은 포워드 가이던스 뒤집을 만큼 우리 경제 악화일로

한은은 경기하강에 대응해 11월 28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전격 인하했다. 10월 기준금리 인하 때만 해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중 5명이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한은 총재 입장이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만에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뒤집어 버렸다. 스스로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이를 뒤집은 이면에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를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있으리라.

그동안 윤석열정부는 출범부터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와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각각 50조원과 30조원 덜 걷힘에 따라 정부는 국채발행 없이 외국환평형기금 등에 있는 원화자금을 가져다 쓰는 한편 지방교부금 삭감과 일부 예산의 불용처리 등 사실상 재정지출 축소로 대응했다. 이러한 재정지출 축소는 내수침체로 이어져 취약계층 소상공인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 12.3 비상계엄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비상계엄은 선포된 지 6시간 만에 해제되긴 했지만 탄핵과 관련한 정치적 후폭풍이 우리 경제를 휘감고 있다.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계나 기업들은 계획된 지출을 줄이거나 뒤로 미루면서 내수부진이 심화되는데 벌써부터 연말에 계획된 각종 모임들이 줄 취소되면서 그나마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장기화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1% 후반도 장담하기 힘들다. 경기가 위축될수록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물가가 상승할 때는 재정축소보다는 금리인상이 더 효과적이지만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에는 금리인하보다 재정확대가 더 효과적이다. 재정지출은 유효수요를 직접 창출할 뿐만 아니라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므로 정책효과도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 한국은행에 적극적인 국채매입 요청해야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데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세수확보가 힘든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하려면 필연적으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국고채 발행액을 올해보다 43조원 많은 201조원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국채금리 등 시장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은이 경기진작을 위해 두번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정작 정부의 대규모 국채발행이 시장금리를 끌어 올린다면 경기진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우려가 현재화된다면 정부는 한은에 국채 매입을 적극 요청하시라.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엄혹한 상황 속에서 국채금리마저 급등한다면 한국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시장안정판은 없다.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