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에 기업투자 주춤…정부 투자촉진 총력 방침
정부, 기업·지역 투자활성화 방안 … 행정절차 단축·투자 제도 개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연내 승인 … 프로구장에 선진국급 투자모델
기회발전특구 세액 감면 대상에 LNG 등 청정연료 공급업 추가키로
정부가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행정절차를 3개월 단축해 연내 산단 계획 승인을 완료한다. 낡은 프로스포츠 경기장에 선진국 수준으로 투자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한다. 경제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발발한 내란 사태가 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판단,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투자 활성화 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기업·지역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기업·지역이 계획한 14개 투자 프로젝트가 정상 가동되도록 지원하고 기업이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최근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에 내란사태가 겹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지역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취지다.
◆행정절차 줄여 신속투자 유도 = 정부는 이미 계획된 14개 투자 프로젝트 중 9조3000억원 규모의 7개 프로젝트와 관련해 내년 중 착공 등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약 3개월 단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당초 내년 1분기 목표였던 산단 계획 승인을 이달로 앞당긴다. 전남 광양 구봉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보전산지 변경 등 행정절차를 6개월 이상 앞당겨 내년 중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광주 인공지능(AI) 융복합지구와 인천항 내항 재개발 등도 행정절차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인 여수 묘도 액화천연가스(LNG) 허브터미널에 투자하는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LNG 등 청정연료 공급업을 기회발전특구 세액 감면 대상 업종에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 두타·밀리오레 등 복합쇼핑몰 공실 해소를 위해 ‘구분점포’ 입점 대상도 확대한다. 구분 점포란 건물 소유권이 구획별로 분리된 점포로, 판매·운수 시설로만 용도가 제한돼 있어 극장·영화관 등 문화·체육시설로는 쓸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중 연구용역을 수행해 관련 법령인 집합건물법 개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인프라조성 차질없도록 = 정부는 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포항 블루밸리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신규 용수시설 준공 전까지 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신규 용수 시설 준공 시기도 기존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앞당긴다.
오창 테크노폴리스 산단에는 양극재 제품 양산계획을 고려해 전력 설비 설치를 내년 초부터 조기 착공한다. 이를 통해 초기 전력 공급시점을 내년 6월로 당초보다 7개월 앞당긴다.
고성 송지호 관광지 내 호텔·리조트 개발을 위해 해당 부지에 자리 잡은 국비보조시설의 이전을 승인하고, 제주 송전망 안정화 설비는 생태면적률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도시계획시설로 사업을 추진해 내년 중 착공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유망 분야 투자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편의성·수송성이 높은 무궤도 트램 시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야구·축구 등 프로 스포츠 경기장의 시설 투자나 운영 방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내년 상반기에 착수한다. 현재 대부분 프로스포츠 경기장은 지자체가 건립·소유·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투자가 부진하며 노후화한 상태다. 총 72개 중 49개가 완공 후 20년 이상 지났다.
지역이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 대상 첨단기술에 ‘친환경 데이터센터 설계·개발·운영’ 기술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대응기금의 기업당 대출한도를 현행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기업의 친환경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과제의 신속 이행을 위해 기재부 내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기재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한 ‘확대 투자 익스프레스 회의’에서 투자 지원과제를 발굴·보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농업·농촌 혁신전략 발표 = 정부는 이날 ‘농업·농촌 혁신 전략’도 발표했다. 혁신전략에 따르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법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농업 법인의 사업 범위를‘농산물 생산’에서 ‘농산업 관련 사업’까지 확대한다.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 농어촌승마시설, 가축분뇨자원화시설(주사업) 경영·기술교육, 농산물 생산가동유통 연구개발(부대사업)도 농업법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스마트농업 우수기업(농업법인)의 기자재·서비스 생산·공급업 허용과 자가 생산한 태양광 잉여전력의 거래를 총 매출액의 30%이하에서 허용키로 했다.
농지 관련 세제도 개선한다. 농업 법인에 농지 출자 시 적용하는 양도소득세를 이월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한다.
기후 변화 상황에서 현 수준으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품목별로 보면 여름배추는 평년 재배면적의 약 20%, 1000㏊(헥타르·1㏊는 1만㎡) 규모로 신규 재배지를 발굴한다.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 구조 개편에 나선다. 정부 양곡 대신 민간 신곡을 쓰는 식품기업은 정책 자금 지원 시 우대하고 가공밥용, 장립종 등 가공용 쌀 생산 시범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오는 2030년 농촌 인구 비율을 현재(19%)와 유사한 2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농촌 지역 신규 창업은 2030년 48만개로 2021년(17만개)의 2.8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홍식 김성배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