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선회…‘윤석열표’ 제동, ‘이재명표’ 현실화

2024-12-18 13:00:03 게재

AI교과서 등 차단 … 상법·지역화폐·고교무상교육 등 강행

입법 속도전·추경편성 압박 … 민주 “이재명 대표는 민생 집중”

대통령 직무정지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들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반면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주도해온 정책들은 속속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민주당은 헌정사상 첫 야당 주도의 ‘감액 예산안’ 통과로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아 놨다. 논란이 많은 인공지능(AI)교과서, 의대증원 등도 손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미 통과된 법안들 외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탄핵대상에 올리거나 상법을 바꿔 이사의 책임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법안들도 조만간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엔 ‘증액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이재명표 예산’들을 대거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 이 대표의 대선을 향한 행보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19일로 예정된 상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의 직무 충실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가 핵심 내용이다. 이미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놓은 민주당은 재계의 고소 고발 남발 우려를 배임죄 구성요건 완화 등으로 잠재우려 하고 있다.

그러고는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법사위에 상정, 빠르게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으로 높아진 이재명표 중도노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수위가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민주당은 또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 법안엔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표준계약서 작성,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익 제공 강요나 손실 전가 등 갑질 방지, 정산대금 지급, 단체협상 권한 등 공정한 거래 관계 형성 등을 강하게 규율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11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주요 민생 법안들을 밀어붙일 기세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가 시행령으로 속도전을 펼친 정책들엔 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게 AI교과서 사업이다.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에서 AI를 활용한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통해 내년부터 도입하려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사업이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한국전력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도록 바꾸자 민주당은 방송법을 개정해 막아섰다. 전날 법사위를 넘어선 이 법이 본회의까지 넘어서면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재원이 되는 TV 수신료의 통합 징수가 가능해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또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켜 법사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윤석열표’엔 제동이, ‘이재명표’엔 날개가 달릴 전망이다. 유례없는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 통과’를 단행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명에 나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 505억5700만원 중 497억2000만원을 깎았다. 그러면서 목적예비비에 ‘5세 무상교육 경비’를 포함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의 비상정국에서 최상목 부총리 등을 압박해 곧바로 추경 편성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유지, RE100 대응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아동수당 확대 등의 미래, 민생 관련 예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조기대선으로 이뤄질 경우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과 연결될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추경 예산 편성은 내년 2월이나 3월까지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의힘은 사법리스크를 확대해 이슈화하려고 하겠지만 이재명 대표는 민생만 얘기하고 행보도 민생에 맞춰 갈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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