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너무 쉽게 잊힌 ‘불매’ 유니클로
한때 일본 불매운동 표적이었던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되살아났다. 언제 불매운동이 있었냐는 듯 요즘 서울시내 유니클로 매장은 북새통이다. 당장 영업실적만 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유니클로 모기업 에프알엘코리아 2023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1조602억원에 달한다. 한일관계 악화로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2020년(6298억원)에 비해 68%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489억원, 1321억원으로 불매운동 전보다 각각 159%, 175% 급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때문에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에 영업손실 884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수치상으론 3년 새 상전벽해급 반전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실적회복과 함께 모기업 ‘배불리기’ 행태도 더 과감해졌다. 지난해와 올해 당기순이익(각각 1272억원, 1321억원)보다 많은 1800억원을 배당했다. 한국 유니클로는 일본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 합작법인 에프알엘코리아가 운영중이다. 배당금 의 절반 이상인 918억원이 2년째 일본으로 빠져 나간 셈이다.
반면 한국내 기부에 인색한 건 여전했다.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2020년 기부금을 41억5000만원으로 반짝 늘렸지만 이듬해부터 반토막으로 줄였다. 올해 기부금 역시 18억6000만원에 그쳤다.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잊혀가듯 한국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보였다.
불매운동 당시 일본 유니클로 한 고위임원은 “한국에서 불매 움직임이 판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확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는’ 한국인의 근성을 조롱하는 투였다. 이때부터 부러 한국소비자를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발언은 당시 불매운동에 불을 더 지폈다. 2020년 20개 유니클로 매장이 문을 닫고 실적이 곤두박질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2021년 문닫은 유니클로 매장만 50곳을 넘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근성 탓은 아니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예상보다 빨리 끝난 건 맞다.
유통가는 가성비 좋은 옷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걸 유니클로 실적회복 요인으로 꼽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불매운동이 대수였겠냐’는 얘기다.
여기에 윤석열정부 2년반 동안 굴욕에 가까운 대일 친화정책이 불매운동 동력을 완전 소멸시켰다. 일본의 상징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잘못 뽑은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너무 쉽게 잊힌 것 같다. 일본 불매운동 뿌리인 ‘극일 정신’마저 퇴색할까 걱정이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