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윤석열 내란사태와 미국의 움직임
지난 1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선임위원인 브래드 셔먼 의원은 MBC라디오 ‘뉴스하이킥’과 자청해 인터뷰를 했다. 그는 ‘(김용현 국방장관의) 북한 원점타격 지시가 있었지만 합참의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사실여부를 모른다”면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만의 정보수집 능력이 있다”면서 “만약 대한민국 국군이 남한 내 한 장소를 공격해 북한에 의해 공격당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미국은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이를 공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DMZ 상황은 벌써 몇달 몇년 동안 불필요한 수준의 긴장상태”라며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것과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한국 정치·군사적 상황 정밀 모니터링
셔먼 의원의 발언은 김어준씨가 13일 국회에서 우방국 제보를 근거로 주장한 내용과 맞닿아 있다. 그는 계엄군이 북한군으로 위장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미군을 사살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어쨌건 북한에 침투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인 정보사령부 HID 요원이 계엄과정에서 차출돼 실제 출동준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전 의원도 17일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이 서울 출동 준비를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는 단순한 방어 차원이 아닌 외부 출동 준비였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고 주장했다. 미군 사살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동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로부터 그가 계엄 직후 조태열 외교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또 정보공유동맹인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주한대사 중 한명으로부터 5개국 대사가 만나 계엄사태를 논의한 후 “윤석열정부가 계속되는 한 내년 경주 에이펙을 포함해 모든 국제회의를 보이콧 하겠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의 셔먼 의원 발언은 단순한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미국이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 정부와 의회의 공통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의 2차 계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방지하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 주둔 등의 이유로 CIA, 국방정보국(DIA), 주한미군 정보망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의 전략자산 역시 특이한 동향을 보였다. 동아일보 12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U-2S 고공정찰기’가 8~9일 오산기지를 이륙해 대전과 대구 부산을 거쳐 대한해협과 인근 동남해상까지 내려가 정찰비행을 했다. U-2S는 주로 군사분계선 인근 상공에서 대북 정찰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대남 정찰은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윤석열 계엄사태에 대한 미국정부의 신속하고 단호한 반응과 흐름을 같이 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선포 당일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튿날에는 윤석열이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외교적 수사로는 매우 이례적인 강한 표현이다. 미국은 또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과 한미 핵협의그룹회의, 도상연습을 무기한 연기했다.
미국,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 가져올 우려
미국이 윤석열의 계엄을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는 단순히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원론적인 입장 때문만은 아니다.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안정은 동북아시아 전략의 핵심인 만큼 어떤 불안정 요소도 미국의 국익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계엄사태는 사회적 불안정과 대규모 저항운동으로 이어져 각종 변화 요구가 분출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의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시켜 한미동맹에도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한 ‘한미일 동맹’이 계엄 사태로 한 축이 무너지게 되면, 이는 미국에 큰 전략적 손실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소행으로 위장해 미군을 공격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