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늘어나는 상가 공실 대책 필요하다
지역경제의 바로미터인 상가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상가공실률은 소규모 상가 8%, 중대형 상가 13%를 웃돈다. 도시나 지역별로 더 심한 곳도 있다. 연간 임대소득 수익률 또한 1%에 못 미치고 있어 상가 공급과잉 실태를 유추하고도 남는다.
상업용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의 22%를 차지하고 있고 713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의 일터이자 생활경제의 기반이다. 더욱이 인구감소 산업쇠퇴로 인해 전국 도심의 2/3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하니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닌 것 같다.
토지이용 경직성과 정부의 빈약한 소상공인 지원이 원인
도시화 과정에 신도시개발뿐만 아니라 그린벨트처럼 묶어두었던 땅들이 풀려 개발되면서 주택과 함께 상가는 늘어났다.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도 상가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안쪽의 일부 주거·공업지역에도 상가가 들어서기 쉽도록 허용했다. 상가분양이 도시개발사업의 비용보전수단이 되었다.
상가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소비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지를 맞추지 못한 임차인은 일터를 떠났다. 유통산업 현대화로 할인점 쇼핑몰 프랜차이즈 상가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취약한 전통상가는 존폐위기에 처했다. 온라인 상거래가 지난 20여년간 40배가 늘어나 전체 상거래의 25%를 웃도는 것을 보면 온라인이 오프라인 상거래를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상가공실의 원인은 토지이용의 경직성과 소상공인에 대한 빈약한 정부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온라인 거래 활성화, 유통구조 변화,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여건변화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위주의 전통적 토지이용제도에 따라 상가공급은 늘어나고 있고 늘어난 상가의 용도변경은 쉽지 않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기술의 이점을 살리면서 온오프라인 상거래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셋째, 도심상권을 되살리려는 정책은 뒷전에 밀렸고, 지자체마다 생색내기용 도시개발에 눈을 돌렸다. 토지이용제도와는 별도로 임대차시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창업을 늘리기 위한 소상공인 경영지원에는 소홀했다.
탄력적인 제도개선과 지원 통해 쇠퇴상권 활성화해야
첫째, 상업지역을 공식에 맞춰 기계적으로 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재정비과정에 상가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경직적 규제는 고쳐야 한다. 상가 과부족 여건을 보아 용도변경도 신축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도시개발 과정에 상가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정에 온오프라인의 상생이 필요하다. 온라인 상거래는 오랫동안 사회적 비용을 들여 만들어놓은 도시기반시설에 편승해 이익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이 얻는 이익의 일부를 도시기반시설과 도시공간의 개량에 쓰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쇠퇴상권 활성화가 필요하다. 길을 따라 형성된 상권은 지역문화가 스며있는 공간인 만큼 특색있고 품격있는 거리로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골목경제도 살려야 한다. 지역의 창의적 리더십과 문화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거리가 깨어나도록 정부, 지자체 및 상인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넷째, 정부는 상가를 일터로 삼는 소상공인의 경영개선에 힘써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소비수요 진작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창업촉진과 사업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 없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고령화와 인구감소, 내수침체 등으로 전통적 소비공간인 상가가 비어가고 상인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제도개선과 지원을 통해 상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가 순조롭게 되살아나고 도시민의 삶도 더 풍요로워지길 기대한다.
서울시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