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450원↑…금융위기 이후 최고
인플레 정체에 미 금리인하 속도 조절… 달러 초강세
물가 위험 더 커질 우려 높아 … 국채 금리 추가 상승
원달러환율이 1450원을 뚫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인플레이션 정체 영향으로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축소하는 등 속도 조절을 예고하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등.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트럼프 관세 정책(인플레이션 요인)을 고려할 때 물가 위험이 더 커질 우려가 높고 달러화 강세폭은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의 한국 증시 유입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폭락…달러화 2년 만에 최고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8일(현지시간)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밝히면서 뉴욕증시와 한국 증시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6% 하락하며 11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1974년 이후 50년 만에 최장기간 약세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2.95%, 나스닥 지수는 3.56% 급락했다. S&P500 지수 하락 폭은 지난 8월 이후 최대다. 나스닥지수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최근 상승장을 주도한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 폭이 컸다.
코스피도 19일 오전 장 초반 2% 하락했다. 이날 전장 대비 57.88포인트(2.33%) 내린 2426.5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다소 줄여 2440선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5.04포인트(2.16%) 내린 682.53로 출발해 680대에서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미 달러화가 급등한 탓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19일 오전 9시 현재 108.23으로 24시간 전보다 1.38% 뛰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 9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 부과와 대규모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촉발해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한국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0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다가 미국발 충격이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거듭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 =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분기 경제전망과 점도표 상향 조정을 통해 2025년의 금리 인하 경로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며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2025년 점도표는 기존 3.4%에서 3.9%로 상향 조정되며 내년 두 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12월 경제전망은 성장과 물가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고용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또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올해 2.4%(+0.1%p), 내년 2.5%(+0.4%p)로 상향 조정하며 올해보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음을 경계했다. 2% 물가 목표 수렴 시점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졌다.
점도표는 매파적이었다. 올해 점도표는 4.4%로 현재 금리와 부합하지만, 베스 해맥 총재를 포함한 4명의 위원들이 4.6%를 제시하며 올해 금리 동결을 선호했다. 2025년은 3.4%→3.9%, 2026년은 2.9%→3.4%, 27년은 2.9%→3.1%로 상향 조정되며 내년과 2026년 각각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중립금리는 3.0%로 네 차례(3, 6, 9, 12월) 연속 상향 조정됐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약화와 물가 진전을 토대로 12월 금리 인하가 연준의 이중책무 달성 가능성을 강화 시켜줄 것으로 판단했지만, 최근 물가 지표의 예상치 상회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고려해 내년에는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트럼프 행정부 집권으로 인한 물가 불확실성 확대도 연준의 신중한 행보를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요국 금리 차별화 현상 확대 =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현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1.3bp(1bp=0.01%p) 급등한 4.512%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0.4bp 뛴 4.348%를 기록했다. 10년물은 지난 6월 초 이후, 2년물은 지난 7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2월 FOMC 회의 결과가 줄 파장으로 물가 리스크를 꼽았다. 이는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정책 차별화 현상 확대도 우려된다. 유럽중앙은행(ECB) 및 중국 등은 경기 리스크로 현 금리인하 사이클이 유지될 것임을 고려하면 미국 기준금리와 기타 주요국 기준금리간 스프레드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로 인해 달러화 강세 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과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이 달러화 추가 강세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오늘 개최될 BOJ가 금리동결을 결정할 경우 달러화 강세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달러화 추가 강세 혹은 주요국 통화약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환율이 중요한 통상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아울러 통화정책을 둘러싼 미 연준과 트럼프 대통령간 마찰이 확대될 잠재적 위험도 높아졌다.박 연구원은 “매파로 돌변한 미 연준 여파로 한은은 1월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원달러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며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상회할 리스크가 커졌다”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