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조선업 친환경추진선박개조사업 해외진출 눈앞
KMI·중소조선연구원, 아이슬란드와 가계약
하이브리드어선·수륙양용전기선 1척씩 시범
한국의 중소형 조선업계가 북극해의 강소국 아이슬란드와 손잡고 세계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중소조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아이슬란드 측에서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소형 어선을 전기추진선으로 개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된 양국의 협력은 지난 11월 가계약 체결까지 진전됐다.(▶내일신문 7월 12일자 ‘K-조선, 아이슬란드어선을 전기추진선으로 개조’ 참고)
대상 선박도 소형 어선에서 수륙양용선박까지 추가됐다.
고동훈 KMI 전문연구위원은 “11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어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아이슬란드 측과 가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3월 본계약이 체결되면 4월 어선 개조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어선 선주 “친환경 전환하면 조업할당량 추가 가능” = 아이슬란드는 작지만 강한 나라다. 북극연안 8개국으로 이뤄진 북극이사회 회원국가로 대구 등 자국 수산자원에 대한 조업권을 지키기 위해 영국과 전쟁을 불사했다.
아이슬란드가 지킨 조업권은 유엔해양법협약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친환경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이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2040년까지 수소사회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999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경제국가로 전환을 선언했다.
KMI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2040년까지 5단계 에너지 전환 이행정책을 추진하면서 ‘연료전지 선박 시범운영을 통한 선박 동력의 에너지 전환’에 소형 어선을 포함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중소형 어선으로 분류하는 비갑판선은 2023년 기준 763척이다. 전체 어선에서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KMI는 2022년부터 친환경 어선·관광선에 대한 수요가 높은 아이슬란드와 협력을 추진해 왔다.
아이슬란드의 소형 어선 탈탄소화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라나플사가 공식 외교창구를 통해 협력을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KMI는 △협력 워크숍(2022년 4월) △양해각서 체결(2023년 12월) △국내 참여기관 선정회의(2024년 8월) △국내 사절단의 현지조사 및 북극서클총회 비즈니스세션 개최(2024년 10월) 등을 진행하고 11월에는 아이슬란드 측과 가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슬란드 전기선박 개량사업 대상에는 디젤 추진어선을 전기추진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어선으로 개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빙하지역을 왕래할 수 있는 순수전기 수륙양용선박까지 포함했다.
2개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사업에는 중소조선연구원이 기술을 총괄하고, 대해기술선박이 설계를 담당한다. 하이브리드어선 시스템은 JMP네트워크가, 순수전기 수륙양용선박 시스템은 유신HR이 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수전기 수륙양용선박 배터리를 담당한다.
아이슬란드 현장에서 선박 개조작업은 아이슬란드 조선소 ‘슬립퍼린 디엔지’(Slippurin DNG)에서 진행하고 개발비용 전액은 아이슬란드 측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했다.
국내 사절단이 현지 조사를 위해 10월 아이슬란드를 방문했을 때 아이슬란드 문화사업부 장관은 “아이슬란드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제안한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해 첫번째 친환경 어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석유기반 엔진을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자 독 알프레도스도티얼드 문화사업부 장관은 “아이슬란드는 이 사업이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첫 번째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어선에 대한 전환 계획이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어선의 친환경 전환을 자원관리정책과 연계하고 있다. 친환경 어선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디젤추진 어선을 하이브리드 어선으로 개량하려는 선주는 “친환경 어선으로 개조하면 정부에서 더 많은 조업량(쿼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국내 사절단에 말했다.
하이브리드 어선으로 개조할 선박은 연승(긴 줄에 낚시를 단 어구를 사용)과 자망(그물을 사용) 등의 어법을 적용할 수 있는 어선으로 우리나라의 연안복합어선과 비슷하다.
이 어선은 40대 전후 중년의 선주가 1인 조업하는 선박으로 갑판 하부에 어획물을 담을 수 있는 14개 어창이 있다. 1일 1항차 중 어선이용 시간은 13시간으로 운항은 3시간, 조업은 10시간이다.
친환경 어선으로 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그라나플사 대표 콜벤 오타손 프로펫은 북극서클 회의에 참석한 아이슬란드 대통령을 국내 사절단에 소개하며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세계은행 통해 동남아 어선 전환도 추진 = 현지 조사를 마친 국내 사절단은 사업추진에서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확인했다.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단장은 “현지에 가서 대상 선박을 직접 타서 이동하고 선체 내부도 보면서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 개조작업은 현지에서 해야 하니까 아이슬란드 조선소 기술을 보기 위해 조선소 방문도 했는데 우리 기술진들과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조사는 당초 계획했던 어선 뿐만 아니라 빙하지대를 다니는 수륙양용선박까지 추가됐다. 진 단장은 “수륙양용선박 개조 관련 문서를 주고 받으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 어려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형 조선업계와 아이슬란드의 친환경 선박 전환 사업은 동남아시아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을 하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 마땅치 않았지만 세계은행이 관련 자금을 공여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고동훈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방글라데시가 세계은행을 통해 순수전기추진 내수면 여객선 개발에 우리나라 중소조선업계의 참여와 협력을 요청해 왔다”며 “국내 업계의 동남아 전기선박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친환경 선박 전환사업 기반을 확충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절단에 참여한 포항시는 지역의 배터리 관련 기업들과 친환경 전기어선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2022년부터 KMI와 선박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제주도는 친환경 섬에 걸맞게 제주지역 어선과 선박들을 풍력 수소 전기추진 등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사절단에 참여했다.
진 단장은 “민간에서 진행하는 아이슬란드와 달리 우리는 해양수산부 예산으로 국내 어선들의 친환경 전환을 추진 중인데 속도가 느리다”며 “국내 어선들의 친환경 선박 전환도 빨리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