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초비상 “재정·외환정책 더 빠르고 과감해야”

2024-12-20 13:00:29 게재

내란에 ‘연준 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하루가 다급한데 “윤 대통령은 시간 끌기”

환율이 초비상이다. 1450원대를 돌파했다. 과거 경제위기 수준이다. 내란사태 와중에 ‘미 연준발 쇼크’가 겹친 탓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개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재정·통화정책을 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루가 급한데 정치권은 가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사에 불응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계엄 해제에 소극적이었던 여당은 주도권 잡기에 바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거부권을 행사,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단 걷혔던 정치 불확실성을 다시 지피는 일이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19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50원을 넘어서며 2009년 3월 16일 장중 최고 1,488.0원을 기록한 뒤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를 체크하는 모습. 연합뉴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환율이 1400원을 넘었던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 시절 199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597원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시기 1444원 등이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를 올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을 더 옥죈다. 수출 제조기업의 원자재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 외화 채무가 많은 금융기관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내수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

내우외환에 정부는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F4회의)를 열고 “변동성이 과도하면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다. 외환수급 개선방안 등을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고도 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 스와프거래 계약을 1년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달러에서 역대 최대인 65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달래기에도 환율 급등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더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정치권에는 해외시장에 한국의 정치·경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문제만큼은 여야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국민연금을 동원해 외환보유액 하락을 겨우 막고 있는데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대까지 내려가면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불안해질 것”이라며 “재정을 더 빨리 푸는 정책을 써서 (환율 급등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민주당 안도걸 의원도 정부의 선제적 환율안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국내 자산을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외환스왑 기한을 늘리고 발행 한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치불확실성 해소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경제 불확실성도 사그라들고 환율 안정세를 촉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환통보에 불응하고 헌법재판소 우편물 수령을 거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개 쟁점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글로벌리서치 등 8개 민간기업연구소장들은 “정부와 국회가 상호공조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시스템이 정상작동 중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해외 정부·기업·투자자에 지속적으로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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