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윤석열 엄벌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는 언제나 반동이 버티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불법 계엄령은 피 흘려 쌓아 올린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적 폭거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고 강변한다.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의 기본질서를 파괴해 놓고선 외려 지키려 했다고 우긴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단다.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끝까지 비루한 변명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든다.
측근 대리인을 내세워 내란사태를 ‘소란’이라고 주장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나라 밖에선 45년을 후퇴할 뻔했다고 혀를 차는데도 본인 입으로 “두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되레 반문한다. 국격과 나라경제를 망가뜨려 놓고 뻔뻔하기 그지없다. 다음날엔 대리인이 “(주요 인물)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런 표현을 쓸 리 없다고 한다. 전형적인 ‘법꾸라지’(미꾸라지처럼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조어) 수법이다.
증언·증거 속속 드러나는데도 모르쇠하는 ‘법꾸라지’ 전형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증언하는 진술은 한둘이 아니다. 특수전사령관이 “‘의결 정족수가 안 됐다.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수도방위사령관과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여러번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막는 게 목적이었다. 명백하고 중대한 위헌행위다. 기소되면 내란죄 유죄판결을 피할 수 없는 혐의다.
비상계엄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짜온 각본에 따라 실행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단지 국회 경고용이었다고 눙친다. 전·현직 정보사령관이 계엄 이틀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3일 밤 계엄선포 직전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 요원들이 대기했던 경기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 육군 2기갑여단장도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12.12군사반란 당시 신군부 세력처럼 장갑차와 탱크같은 기갑전력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워 놓았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1년 전부터 계엄을 언급해왔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검찰에 밝힌 내용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법꾸라지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때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을 어겼다. 군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할 권한도 없는데 동원됐다. 계엄 명분과 한참 어긋난다.
피의자 윤석열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아예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조차 받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 서류도 받지 않고 버틴다. 변호사 선임도 고의성 짙게 미루고 있다. 버티면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속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위헌 계엄을 모의하고 실행한 주요 임무 종사자들의 신병처리가 이미 끝나간다. 사실상 윤 대통령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여론전으로 태극기부대 같은 극우세력을 결집하고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사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망상에 젖은 ‘내란 우두머리’를 철통같이 옹호하고 있다.
헌재는 신속한 심사를 거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라 안팎에서 헌재만 쳐다보고 있다. 수사기관들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 경호팀이 저지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의 조속한 시행이 좋은 해법의 하나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은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서둘러 공포해야 한다. 수사기관들이 계엄선포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내란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긴 하다.
역사의 교훈으로 새겨두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엄벌을
조속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국가 혼란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수습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탄핵 심판이 기각돼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복귀하거나, 온정적인 처벌로 끝나면 나라의 존립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계엄의 대가는 한국민들이 (두고두고)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해외의 시선이 두렵게 다가온다.
내란 관련자들에게 작은 온정이라도 베풀면 훗날 모방 유혹을 느끼는 세력에게 나쁜 신호를 주기 쉽다. 앞으로 누구든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만은 꿈도 못 꾸게 해야 한다. 역사의 교훈으로 새겨두기 위해서라도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신속하게 엄벌해야 한다.
김학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