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둘러싼 잘못된 생각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은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한다. 피해자를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했던 ‘몹쓸 짓을 당했다’라는 표현도 오히려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사기 절도 살인 등 다른 범죄처럼 성폭력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피해자가 당당하게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성폭력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책 ‘손 잡아도 될까’를 통해 살펴봤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 성범죄는 충동적으로 성욕을 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다. 타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게다가 성폭력 가해자는 ‘매우 선량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좋은 일을 많이 해온 사람도 성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밝혔을 때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좋은 사람인데 실수였을 거야’라며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바로 신고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 성폭력 피해자 상당수가 사건 발생 즉시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하거나 신고하지 못한다.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경우나 가해자가 평판이 좋으면 더 그렇다. ‘부모님이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속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등 주위 사람들을 고려하며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내가 신고해서 가해자가 힘들어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는 피해자도 있다. 이럴 때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지지다.
평생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묻어 둘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분명한 건 상대방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멈추지 않으면 폭력이다 = 성폭력이 발생한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때론 피해자가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자책한다. 하지만 성폭력은 명백하게 가해자가 동의 없이 성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성관계에 동의를 했다가도 마음이 바뀌어 동의를 철회할 수도 있다. 의사를 바꾼다고 해서 잘못하는 게 아니다. 상대가 동의를 철회할 때 멈추지 않으면 폭력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