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가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양면성
대기오염 감소로 비만 위험 줄지만 문제 행동에 영향도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
청소년기 특성 고려 필요
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서 녹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 녹지가 많을수록 대기오염이 감소해 청소년 비만 위험이 줄었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제행동을 더 많이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녹지가 많을수록 청소년에게 좋다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청소년기 특성을 고려한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제학술지 ‘환경과학총론(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의 논문 ‘녹지가 아동 및 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에 대한 신체활동과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조절할 수 있을까?’에 따르면, 녹지가 많을수록 대기오염을 감소시켜 청소년의 비만 발생 위험이 줄었다.
대기오염물질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백색 지방세포(white adipocyt-es) 발달을 촉진한다. 반면 갈색 지방세포(brown adipocytes)는 감소시켜 비만을 초래한다. 물론 좀 더 명확한 기작을 알기 위해서는 분자 수준 경로에 대한 분석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백색 지방세포는 중성지방 형태로 추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갈색 지방세포는 에너지를 열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2013년 중국 상하이 광둥 충징 등 7개 성과 도시에 있는 94개 학교에서 6만5347명 학생(6~18세)을 모집했다. 이 중 정상체중 등 연구에 적합한 2만3732명을 1년간 추적 조사했다.
또한 장기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 베이징과 중산 등 2개 도시의 6~18세 165만9076명의 14년간 코호트(특정한 기간에 태어나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의 집단과 같이 통계상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 조사 결과도 활용했다.
녹지 정도는 위성 기반 정규화 식생지수(NDVI)를 활용했으며 조사 대상 대기오염물질은 △PM-1 PM-2.5 PM-10(먼지를 입자크기 별로 나눈 것) △이산화황(SO₂)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오존(O₃) 등 7가지다. 과체중이나 비만 정도는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NDVI 0.1 단위 증가 시 과체중이나 비만 위험이 12% 줄어들었다. 1년 동안 2만3732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1.98%인 471명이 새로 과체중이나 비만이 됐다. 14년간 코호트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약 12.76%(누적 발생률)의 학생이 과체중이나 비만이 됐다. 이는 연간 100명당 3.43명의 과체중 혹은 비만 발생률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활동과 비만 발생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녹지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대기오염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특히 △ PM-10 △SO₂ △CO가 주요 오염원인 중공업 지역에서 더 큰 조절 효과를 보였다.
반면 녹지가 청소년기 문제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건강 & 장소(Health & Place)’의 논문 ‘더 푸를수록 더 좋은가? 근린환경의 녹지가 후기 청소년기의 외현화 행동에 대한 스트레스성 생활사건의 영향을 완충하는가?’에 따르면, 녹지가 많은 지역에서 스트레스성 생활사건이 외현화 행동(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공격성 등이 외부로 표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녹지가 많은 지역(B=.31)이 적은 지역(B=.13)보다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 2.4배 더 컸다.
B값은 스트레스성 생활사건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숫자가 클수록 스트레스가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B=.31은 스트레스 사건이 한 단위 증가할 때 문제행동이 0.31단위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네덜란드 청소년 715명(11세에서 22세까지 추적 연구 자료 활용)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와 부모 보고를 통한 평가 등을 실시했다. 녹지 정도는 우편번호 기반 공공녹지 공간 비율을 기반으로 했다. 청소년의 생리적 스트레 반응은 호흡성 동맥 부정맥(RSA) 측정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는 녹지가 많을수록 청소년에게 좋다는 단편적인 생각을 넘어 청소년기 특성을 고려한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령대별로 녹지 효과가 다를 수 있고 청소년들은 녹지 공간을 다른 연령대와 다르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녹지 공간의 적절한 활용 방안 모색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