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오세훈 해법은 ‘이재명 때리기?’
‘보수 대안주자’ 존재감 부각
자진사퇴 대신 “불려 나가야”
탄핵정국 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분주하다.
2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 시장은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9일 SNS에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대북 송금 관련 항소심 결과를 언급하면서 “부지사는 유죄를 받았는데 지사는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시간 끌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비루하기 이를 데 없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18일에는 국민의힘 단합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이재명’도 수용할 수 없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이 훨씬 많다”고 언급했다. 앞서 12일에도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며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19일에는 비상경제회의 일환으로 기업인들과 만난 뒤 ‘규제철폐’를 외쳤다. 그는 “현장 경제인들을 만나보니 고충의 핵심은 정치도 불황도 아닌 규제”라며 “서울시 역량을 총동원해 확실한 규제철폐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철폐에 적극 임하는 공무원에게는 승진과 포상은 물론 면책까지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도확장성, 안정감 ‘띄우기’ = 정치권에선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탄핵정국 속 존재감 키우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중 가장 먼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12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응답자 75%가 찬성했는데 서울 지역 찬성률은 81%에 달했다. 광주·전라(88%)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중앙여론조사심의위. 표본오차 95%). 서울시장으로서 피할 수없는 정치적 판단이었단 관측이 나온다.
전체 국민여론에는 부합하지만 오 시장의 탄핵 찬성 입장표명은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한 국민의힘 내부와 지지층에겐 ‘눈엣 가시’로 보일 수 있다. 지속적인 이재명 때리기는 이처럼 상충되는 처지에서 지지층과 반이재명 정서가 강한 중도층 모두에게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시국에 다소 뜬금없지만 ‘규제 철폐’를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탄핵 판결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과 여론은 1강 체제를 구축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맞설 보수 후보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현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반대되는 특징을 지닌 정치인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상식적이고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아는 후보가 보수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은 무상급식 사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담 때문에 자진해서 나갈 수 없는 처지”라며 “현재 행보는 보수 후보로 부름을 받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탄핵 뒤 실시된 2017년 대선 때도 문재인과 보수 후보를 견주는 1대 1 여론조사가 수시로 실시됐다”면서 “지금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려 있지만 결국 1대 1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 대표와 가장 적은 차이를 보이는 정치인이 보수의 대안주자로 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