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해체 체포 파면’… 구호로 드러난 민심

2024-12-23 13:00:04 게재

14일 이후 국회서 헌재로 발걸음 옮겨

‘국힘해체·내란세력청산’ 목소리 거세져

‘12.3 내란 사태’ 해결을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가 수사기관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요구로 옮아갔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내란 동조당 해체’라는 구호까지 내걸었다. 시민들이 집회에서 내건 구호는 현 비상시국을 대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무엇보다 간명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계속되는 대통령 체포·파면 촉구 집회 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윤석열퇴진 울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울산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각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12월 3일과 4일 급박했던 비상계엄 사태를 막아선 때부터 7일 국회의 1차 탄핵안 부결, 그리고 14일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태도 등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구호를 바꿔 외쳤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는 만큼 민심도 빠르게 속도를 맞춰간 셈이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처음 열린 주말 집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외친 구호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체포”였다. 21일 서울은 물론 부산·대구·대전·광주·강릉 등 전국 곳곳에서 헌법재판소 소환에 불응하고 우편물 접수조차 않고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헌재의 접수통지 서류와 수사기관의 소환통보에 대해 우편물조차 수령하지 않고 모든 형사절차·사법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담은 구호다. 이날 밤 트랙터를 앞세우고 남태령을 넘은 농민 시위대가 22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까지 향하며 외친 구호는 “윤석열은 방 빼고, 경찰은 차 빼라”였다.

시민들의 구호는 헌재로도 향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서둘러 인용하고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요구다. 14일 윤 태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까지 국회에 머물렀던 시선이 헌재로 넘어간 셈이다. 시민들은 ‘헌재의 조속한 심리와 판결’을 촉구하며 집회 장소도 국회 앞에서 경복궁과 헌재 앞으로 옮겼다. 시민들이 헌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6인 체제 심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반영됐다. 시민들은 “이젠 헌재의 시간”을 외치며 국회에서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민의힘을 향한 구호도 민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요소다. 시민들은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계엄 해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국회에 발의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안 표결이 7일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되자 ‘내란 동조당’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보수의 핵심 근거지로 꼽히는 영남 집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의 관문 격인 동대구역과 동대구터미널 사이에는 국회 탄핵소추안에 반대했던 지역 국회의원들의 사진이 내걸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윤석열 방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일부 시민들은 급기야 “국민의힘 해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부터 시민들이 내건 구호 중 하나는 “국민의힘 해체, 내란세력 청산”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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