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경고등…한국, 신흥국 낙인 위험 커져

2024-12-23 13:00:03 게재

올해 달러 6% ↑…이머징 통화지수 10% ↓

브라질 25.3%·멕시코 18.3%· 한국 12.3%↓

강달러에 인도와 브라질 통화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국 외환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이머징 국가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이머징 통화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한국 금융시장 또한 이머징(신흥국) 시장으로 낙인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달러화는 6% 상승하는 가운데 이머징 통화지수는 10% 하락했다. 이중에서도 브라질 헤알화는 25.3%, 멕시코 페소화는 18.3%, 한국 원화는 12.3% 급락했다.

23일 iM증권에 따르면 이머징 통화 가치를 대변하는 제이피모건(JP모건) 이머징 통화지수는 올해 약 10% 하락했다. 9월 말 이후에만 약 6%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올 한해 약 6%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이머징 통화가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일부 신흥국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달러 헤알 환율이 6.3헤알화를 돌파하자 약 3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헤알화 가치 방어에 실패하자 추가로 5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및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역시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듯 주요 이머징 통화 가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와 원화 가치 역시 약세 폭 확대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신흥국 통화 가치 불안이 일부 국가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라며 “이의 배경은 △미국 예외주의 강화 △트럼프 2기 정책 불안감 △미국 국채 금리 흐름 △중국 경기둔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를 떠올렸다. 1994년 발생했던 멕시코 페소화 위기는 94년 8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사회,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멕시코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뢰도 하락에서 시작되었다. 국가 신뢰도 하락에 따른 페소화 가치 방어를 위하여 정부가 단기 국채를 남발한 결과, 12월 20일 이후 페소화의 폭락 사태와 함께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박 연구원은 “일부 이머징 국가가 직면한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 리스크,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기로 인한 국채금리 반등 여지 등이 언제든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이머징 통화가치 등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국 불안 장기화 등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노출된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현상도 이어질 수 있어 원화 가치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월가에서는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사태에 대해 ‘선진국이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나왔다”며 “한국 금융시장이 자칫 이머징 시장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러한 낙인효과가 해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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