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란 사태 후처리 법안 속속 발의 ① 빠르고 내실 있는 수사·재판
헌재 재판 지연 못하게 ‘정지 방지’ 법안 제출
“국가 존립에 중대한 영향 미친 경우 신속한 심판 필요”
내란죄 현직 군인 ‘즉각 수사’ 위해 일반 법원에 재판권
‘사건 이첩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공수처 이첩’ 법안도
12.3 내란 사태 이후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윤석열 대통령이 ‘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나 미비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을 대거 발의하고 있다.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과 내실 있는 수사를 위한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는데, 이를 보면 향후 벌어질 상황도 가늠해볼 수 있다.
◆수사·재판 지연 그만 =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접수통지서 수령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저에 보낸 우편은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고, 대통령실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23일 헌법재판소가 송달 간주 여부 등의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앞으로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윤 대통령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판 정지를 청구하며 또 다른 지연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따르면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란죄, 외환죄와 같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와 관련된 경우 신속한 심판이 요구된다”면서 내란·외환 범죄와 관련된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20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내란 사태에 현직 군인들이 많이 연관돼 있는 만큼 경찰 등이 군인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도 제출돼 있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현직 군인이 내란죄를 범하거나 예비, 음모한 경우 군사법원과 군검찰단 관할로 돼 있어 경찰 등 정부 수사기관이 현직 군인을 수사하거나 체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현직 군인이 범한 내란죄의 경우에는 군사법원이 아닌 법원으로 하여금 재판권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경찰 등 수사기관이 내란의 죄를 범한 군인을 즉각 수사 또는 체포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복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개정안을 통해 군부대 내에서 발생하는 내란의 예비와 음모를 미연에 방지하며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실 있는 수사 위한 법안들 =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계엄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해 ‘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규명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그를 공익신고자로 접수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공익신고 관련 개정안도 내놓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령’에는 국회의원에게도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률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대표발의자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아 공익신고를 하려는 자가 국회의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없거나 국회의원에게 공익신고를 하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제안 이유를 밝혔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으면 비밀 보장과 불이익 금지, 신변보호 조치 등을 적용받게 된다.
이밖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간에 사건 이첩의무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이첩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12·3 내란 사건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가 현행 법률에 의거해 검찰과 경찰에 관련 사건의 이첩을 요청했음에도 검찰과 경찰이 이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사건 이첩에 대한 구체적인 기한을 규정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과 관련해 증인을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헌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등에서 미뤄 볼 수 있듯 일부 증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아 내실 있는 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증인에 대해 구인이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제출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