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뜬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민주당 ‘대선 말도 꺼내지 마라’ 금지령
이 대표 공식·비공식 언급 … 민생·탄핵 투트랙 강도높게 추진
‘장래 지도자’ 독보적 1위 … 20·30대와 중도층 ‘의견 유보’ 많아
외교안보 등 메시지도 관리 … “대선 태세 전환 필요” 의견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 대선행 막을까’엔 당 안팎서 의견 분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독보적인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집중 견제대상으로 떠올랐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해도 5~6개월 정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 너무 도드라져 올라와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적극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라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도록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에서 철저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민생’에, 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전력을 다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대선 행보’로 비칠 만한 언행을 강도 높게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때까지는 투트랙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 대표는 민생을 적극 챙기고 당 차원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에서는 ‘대선 행보’로 비칠 만한 어떤 행동이나 발언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이 대선과 관련한 얘기를 하는 순간 탄핵, 민생 등 모든 게 대선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모 민주당 재선의원도 “이 대표가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대선 언급 자제령’을 내렸다”며 “탄핵 인용 전까지는 대선이라는 얘기가 민주당 안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같이 ‘대선 경계령’을 내린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조기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데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얘기가 많이 나올수록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17~19일 한국갤럽이 전국 1000명 유권자를 전화면접 방식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주관식으로 물어본 결과 이 대표가 37%로 가장 높았고 5%에 그친 2위 후보(한동훈, 홍준표)들을 멀찌감치 떨어 뜨려놨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안팎에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인 48%에 못 미치는 데다 의견 유보층이 35%에 달한다는 점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표로 읽힌다.
선거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로 부상한 20대와 30대의 의견유보층이 54%, 37%로 아직 이 대표에 대한 지지 강도가 강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견을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이 34%로 보수층(33%) 못지않게 적지 않은 유권자가 ‘지지 부재’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도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에 참여한 유권자 중 스스로를 보수성향으로 보는 비율이 26.5%, 중도 성향이 25.0%에 그치고 진보성향이라는 유권자가 35.5%에 달하는 등 ‘진보 과다 대표’ 또는 여론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샤이 보수의 확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친이재명계 모 인사는 “조기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제는 내부적으로 태세전환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나 민주당이 대외 메시지나 대국민 메시지를 낼 때나 행보를 할 때 극단적인 왼쪽보다는 국가 전체를 보면서 세심하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안 문구에서 ‘반미 논란’을 담았다가 뺏던 사례를 들며 “민주당이 반미, 반일 등 치우친 대외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기대선이 다가오고 이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사법리스크’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에서 속도조절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들어 있다.
비수도권의 민주당 3선 의원은 “이 대표의 경우 2심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대선에 나갈 것이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대선 후보의 재판을 사법부가 서둘러 처리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거법과 위증교사 2심 판결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법원에서 일정에 맞춰 이 대표에 대한 2심 판결을 내놓아 일부에서 피선거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유죄가 나오고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게 된다면 지각변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직 국회의원인 모 시사평론가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버텨낼 수 있을까”라며 “2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국민들도 탄핵 당한 대통령에 이어 사법 문제로 불안한 대통령을 또 원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