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대학 손잡고 지역 현안 해결방안 도출
동국대 LINC3.0사업단, 12개 리빙랩 운영
서울·고양·화성시 등에 맞춤형 제안 눈길
국회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단 관할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중대사고가 110건에 달했다.
사고는 산업재해(59건)가 가장 많았지만 화재(26건), 폭발(13건), 가스·화학물질(12건) 등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소규모 산업단지나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포함하면 발생 건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화재나 폭발, 가스·화학물질 유출 사고 등은 노동자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폭설, 폭염 등 자연재해도 빈번해지고 있다.
23일 정부와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옥내·외 대피소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작 이런 시설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위치 정보가 부족해 제때 안전하게 대피하지 못할 수 있어 ‘무용지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관내에 302곳의 대피소를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지리적 환경이 급변하는 화성시의 경우 주민들에게 대피소 등 안전시설의 위치와 그 접근로에 대한 홍보는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였다.
이런 화성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동국대 LINC 3.0사업단(단장 전병훈)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동국대와 화성시는 산업단지가 많고 그 주변으로 주거지구가 확장하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화성시 지역활성화 리빙랩’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동국대와 화성시는 지난 2022년 화성시 향남제약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지역주민 그리고 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리빙랩 플랫폼을 운영했다. 리빙랩은 24시간 가동하는 산업단지 특수성을 고려해 노동자들의 심야 안전귀가 문제를 발굴했다. 문제 해결에는 지역기업이 추가로 결합했다.
화성시는 리빙랩의 제안을 수용해 향남제약산업단지에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예방기법(CPTED)을 적용, CCTV와 비상벨을 확충하고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안전한 귀갓길을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리빙랩을 통해 지역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앱은 재난 발생시 주민들에게 인근 대피소의 위치와 경로를 안내해 준다.
올해는 대피소 위치정보 등을 최신 데이터베이스로 보강했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연회를 열고 앱을 활용해 직접 대피소로 이동해보는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동국대에 따르면 리빙랩이란 ‘살아있는 실험실’ ‘우리 마을 실험실’이라는 뜻으로 시민이 연구혁신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참여하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을 의미한다. 특히 캠퍼스 리빙랩은 대학-기업-지자체-지역주민 참여의 상생협력플랫폼으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공지식을 활용하고, 지역 내 기업과 지역사회 구성원(지자체, 시민사회, 지역주민)의 유기적인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산업 문제를 협업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동국대는 2016년부터 리빙랩을 운영 중이다. 2021년부터는 타 대학과 협업을 통해 같은 주제로 공동·비교 연구 등을 수행,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 효과를 높이는 ‘리빙랩 트윈’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는 2022년 LINC 3.0 사업 이후 자치단체의 대응자금을 활용해 서울시와 중구에 특화된 문제를 해결하는 ‘서울형 캠퍼스 리빙랩’을 운영 중이다. 또 2022년부터 화성시와 고양특례시와 손잡고 특성에 따른 지역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 맞춤형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동국대와 화성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 기업을 위한 수요 기반 재직자 교육 운영 모델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콘텐츠도 개발했다. 실제로 양측이 수요조사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 비즈니스 활용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디자인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지역 산업체들과 공유했다.
김민수 교수(동국대 LINC3.0사업단 산학협력정보담당관)는 “리빙랩은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문제해결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있는 통합적 지원허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국대가 경기도 고양시와 추진하고 있는 ‘지역활성화 리빙랩’도 눈여겨볼만한 사례다.
양측은 협약을 맺고 ‘고양 스마트시티 리빙랩 사업’을 추진했다. 시민 참여로 도시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부터 가동된 시민해결단 3개팀(스마트삼송만들기, 고양가디언즈, 맹그로맹글팀)은 △공릉천 하천공원 환경개선 △고양도시관리공단 공공체육시설 관리 개선 △시니어층의 공공 체육시설 이용 불편 문제를 발굴했다.
특히 이 작업에는 동국대 학생 20명이 참여했다.
또한 동국대 학생 54명과 서울 이화여대 병설미디어고등학교 학생들이 멘토와 멘티로 참여하는 ‘배리어프리 영화제작 리빙랩’도 눈길을 끈다. 멘토 학생들은 멘티들을 대상으로 7주간의 영화제작과정를 교육하고, 멘티 주도로 단편영화 2편을 제작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영상학과 재학생들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더 폭 넓은 대상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서 “최근 미디어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교육을 통해 장벽을 없앤 미디어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이 외에도 ‘지역사회 협업 및 혁신플랫폼’으로 △타운홀미팅을 통한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공천의 영향과 개선점 탐구 △초고령사회를 위한 미래 솔루션: 청년과 노인의 어울림 경험과 효과 △장소성 기반의 길 만들기를 통한 동국대 캠퍼스 타운 커뮤니티의 로컬 가치 △상경 청년/청소년을 위한 자립 프로젝트 상상 파수꾼 △서울지역 청년근로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이직 원인 분석 △동공 반응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의 효과성 평가 △학교 내 의약품의 투약 및 관리 리빙랩 △이채호 교수 아트×컬쳐 마케팅랩 △소셜이노베이션 리빙랩 △서울 중구 지역활성화 리빙랩 등 올해 총 12개 리빙랩에서 지역사회 기관과 시민, 학생, 교수가 함께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병훈 동국대 LINC3.0사업단장은 “지역 발전 허브로서 대학의 혁신적 기능 확대와 변화 요구는 세계적 추세로, 실제로 세계 각국은 미래산업 동력 확보를 위해 산학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LINC 3.0 사업에서 이뤄낸 지-산-학 공유·협업 노하우를 지자체 주도 대학 지원 체계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활용해 혁신적인 지역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