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미국 내 유학생에게 불안한 겨울이 다가온다

2024-12-24 13:00:01 게재

다행히도 한국이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기가 한차례 지나갔다. 미국에도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나오지만, 무엇보다 그 관심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임이 틀림없다. 그의 새로운 행정부가 어떻게 꾸려질지, 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될지 등 트럼프가 언급되지 않는 뉴스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와 함께 연말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집단이 있다. 바로 미국 내 해외 유학생들이다. 지난달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해외 유학생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고국에 잠시 방문하려고 했던 유학생들은 귀국을 미뤄야 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애머스트의 국제 사무처는 유학생들에게 고국을 잠시 다녀오더라도 1월 20일 이전 즉,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새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17년 여행 금지 조치’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예일대 MIT 뉴욕대 등 유학생 등록률이 높은 여러 미국 대학에서는 유학생들에게 관련 지침을 보내거나 유학생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유학생 중국에 역전, 한국은 3위

미국 내 유학생은 전체 대학(원)생의 약 6%를 차지한다. 미국 국제교육자협회(NAFSA)에 따르면 유학생은 연간 440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약 37만8000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지원했다. 미국인보다 두세 배나 높은 이들의 등록금은 사실상 미국 대학 재정의 큰 축이 되고 있다.

게다가 2023~2024년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유학생이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나갔다. 미국 국무부와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약 3000개 대학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21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112만6690명의 유학생이 미국 고등교육 기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로 직전 해인 2022~2023년과 비교하면 7% 증가한 수치다. 미국 대학에 처음으로 등록한 신입 유학생수는 29만8705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되며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원생과 학업을 마친 후 미국에서 잠시 일할 수 있는 선택적 실무 교육(OPT)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유학생들의 증가가 기록 경신에 일조했다. 학부생 수는 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대학원생과 OPT 프로그램은 각각 약 8%와 22%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미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인도(29.4%)와 중국(24.6%)이 미국 내 전체 유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세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낸 국가(3.8%)였지만 그 수치가 인도와 중국보다 매우 낮으며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 유학생수가 중국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인도 대학원생의 증가와 팬데믹 이후의 중국 유학생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3~2024년에는 인도와 중국에서 각각 33만1000명, 27만명 이상의 유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왔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대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8만7000명)다.

이공계 분야(STEM)는 여전히 인기 있는 분야로 전체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해당 분야를 전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가 여전히 유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주이지만, 지난 연도에는 미주리주가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고 미시간과 일리노이가 그 뒤를 이었다.

대선 기간 유학생 영주의사 밝힌 트럼프

그러나 전문가들은 첫 임기 동안 많은 유학생의 학업과 진로를 뒤흔들었던 트럼프정부가 다시 이러한 증가 추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임기 내내 유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추진했었다.

그는 2017년 취임 직후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몇몇 국가에 대한 여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해당 국가의 유학생들은 공항에 구금되거나 본국으로 강제 귀국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첫날에 이 명령을 즉각 취소했다.

2019년 미중 갈등이 고조되었을 때에는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 심사가 강화되었던 적도 있었다. 이는 최소 수백명의 학생에게 추가 심사, 체류기간 단축 또는 취소를 의미했다. 그리고 2020년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 수업만 등록한 유학생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었다. 이 조치는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고 곧바로 철회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 트럼프는 놀랄 만한 정책적 비전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주권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반이민 정책에 앞장서는 그가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체류를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6월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제이슨 칼라카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학을 졸업하면 이 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을 자동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 이 나라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세계의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을 더 많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의 답변이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으로의 합법적 이민을 줄이려던 1기 행정부의 정책과 선거 운동 기간 지속한 반이민 정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잠재적으로 수백만명의 유학생이 합법적 영주권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 제안을 처음 제기한 이후 공개적으로 해당 정책과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었고, 새 행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유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비이민 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 비자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약속한 정책이 실행된다면 이는 중대한 이민정책 변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의회가 이민 및 국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이러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의원들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이민 증가 없이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트럼프의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정책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이민자 비율이 낮은 국가 출신에게 연간 최대 5만개의 비자를 제공하는 ‘다양성 비자 추첨제’나 ‘가족 초청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함으로써 고소득 숙련 근로자에게 더 많은 비자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러한 조치를 제안했지만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했었다.

미국 근로자 이익 해치지 않는 범위일 것

트럼프가 유학생들을 겨냥한 돌발발언을 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의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캐롤린 리빗 대변인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공산주의자, 급진 이슬람주의자, 하마스 지지자, 미국 혐오자를 배제하기 위해 졸업생을 선별할 것”이라며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만약 이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미국인 근로자의 이익을 절대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대학 졸업생에게만 적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미국 내 유학생수는 10년 동안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그 숫자는 매년 감소했다. 또한 팬데믹 기간 트럼프정부의 규제로 인해 유학생들의 생활이 혼란스럽고 복잡해지면서 미국 유학생활이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유학생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더 춥게만 느껴진다.

김찬송 위스콘신대 정치학, 미국 선거·여론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