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경단련의'부유층 과세’ 제언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지난 12월 9일에 2040년을 바라본 ‘공정·공평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사회’의 실현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제언은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10년 후에 5조엔 규모의 세수를 확보하고 현역 세대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일본의 임금은 상승세를 회복했으나 고령화에 따른 각종 사회보장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의 증대에 어려움이 있으며, 과거와 같이 많은 중산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단련이 스스로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을 요구함으로써 그 효과가 주목된다.
‘부유층 과세강화’로 성장과 분배 선순환하자는 경단련의 변화
경단련의 제언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개혁을 실현해 전체 경제 규모를 확대하면서 저출생 인구감소, 탈탄소화 등의 과제를 극복하려는 전략 방향에서 제시됐다. 과거 중산층이 풍부했던 시절 젊은층이 결혼 출산을 결정했던 것처럼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를 고려하면 사회보장제도의 유지·확충이 필요하고 증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재정을 확대하면서도 증세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재정적자가 만성화되는 어려움이 있다. 경제계로서는 정치권에 증세 정책에 대한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중산층 몰락 현상이 최근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신종 강력범죄 사건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보통 젊은이가 인터넷상의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에 속아서 신분 가족관계가 노출되고 범죄집단의 협박을 당하면서 주거침입 강도살인 등의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사건(야미 바이트)이 빈발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2월 11일에 자민당의 조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긴급제언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일본에서도 사실을 왜곡하는 극단적인 정치구호나 선거 과정에서의 가짜 동영상 유포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도 심화되고 있어서 중산층 부활을 통한 치안 및 사회의 건전화도 과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일본정부는 이미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최고세율은 45%로 주요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부유층의 경우 금융소득이 대부분인데 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20.315%의 세율에 불과해 부유층의 세율이 일반 근로자보다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2025년부터 연간소득 30억엔 이상의 부유층에 대해 일정금액을 공제한 뒤 22.5%를 곱하는 방식의 과세를 미니멈 택스로서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거래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득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부과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발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했다.
한국도 기존 세대에 집중된 부 젊은 세대에 분배해 경제 활력 높여야
경제성장의 결과 각 경제주체들의 자산이 축적되고 이 자산을 통한 소득확대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입국화 과정에서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저출생 및 인구고령화와 함께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발생할 수 있다. 경제성장의 결과 가치가 늘어나는 자산은 기존 세대에 집중되고 젊은층과의 자산격차가 발생해 젊은층의 자립이나 결혼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존 세대가 축적한 자산을 평등성을 갖고 젊은층에게 분배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한국도 부유세 및 고액자산가의 상속세 강화, 중산층을 배려한 자산증여 촉진 세제, 주택지원 정책 등을 통해 세대 간 또는 세대 내 자산격차를 해소하면서 기성세대의 자산을 계승한 젊은 세대도 경제성장과 함께 자산증식의 선순환을 이룩하도록 해 경제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