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세대가 바라는 ‘탄핵 너머’ 세상

2024-12-24 13:00:01 게재

2024년 성탄절을 맞이하는 광주 5.18민주광장. 탄핵정국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거리와 광장에 크리스마스 캐럴송 대신 탄핵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트리 조명 대신 형형색색 K-팝 아이돌 응원봉이 어둠을 밝히는 거대한 빛이 되었다. 오월 영령들이 지켜냈던 5.18 항쟁의 자리에 미래세대가 다시 섰다.

미래세대가 중심에 선 탄핵 집회

올겨울 광주는 민주주의 뿌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 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왔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외부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서도 연대의 힘으로 똘똘 뭉쳐 계엄군의 총칼에 당당히 맞섰고, 그 승리의 유산이 2024년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이 되었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에 맞서 우리 국민들은 강한 연대로 결집했고 비상계엄 해제, 탄핵안 가결을 이루어내며 헌정질서 파괴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고 있다. 탄핵집회 참여자를 위한 카페와 식당의 선결제 행렬은 5.18 당시 우리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던 주먹밥과 닮은꼴이다.

그래서 ‘광주’는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모든 시공간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다. 아울러 전세계에서 도시 이름 뒤에 ‘정신’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광주’에서 ‘탄핵 너머’를 생각한다. 미래세대가 거리로 들고 나온 응원봉은 이들의 전부였고 진심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탄핵 너머’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선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억압과 차별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평등한 세상, 돈과 권력이 통하지 않는 정직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필자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미래세대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탄핵 산타’가 등장하는 SNS 챌린지에 담긴 이들의 진지함을 미처 몰라줬다. 세월호의 아픔과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가족도 친구도 자기자신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한 세대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얌전히’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 모습을 요구하고 있었다.

‘탄핵 너머’의 내일은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새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세상을 물려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당당함, 새로운 대동단결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미래세대 힘이 있어서다.

미래세대와 함께 포용적 제도 완성해야

아울러 ‘탄핵 너머’ 우리가 이루어야 할 목표가 또 하나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A.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특권 사회에서 ‘포용적 사회’로 이행하면서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의 경험을 깊이 있게 다룬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엄을 넘어 탄핵으로, 그리고 탄핵을 넘어 공정한 경쟁, 부패 없는 사회, 땀 흘리는 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포용적 국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 이럴 때일수록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강한 연대의 힘으로 탄핵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 이어 촛불혁명까지 이어진 귀중한 자산이 유실되지 않도록 정의 위에 민주 역사를 바로 세워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대한민국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이것이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일궈가야 할 대한민국 미래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