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내란특검법 거부권 여부, 국무회의서 의견 내겠다”
“계엄 국무회의 참석애 책임 통감 … 수사로 갈음할 것”
내년 성장률 1%대로 하락 전망 … 내란사태 후 첫 간담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란특검법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리 자신의 의견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수사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전날 정부세종총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다.
◆“수사로 갈음하겠다” = 최 부총리는 계엄지시 문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에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란사태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답한 것 외에 더 드릴 말씀은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비상계엄 지시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편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최 부총리에게 이 문건을 하달했다. 하지만 문건을 받은 즉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계엄이 해제된 뒤에서야 생각이 나 문건을 확인했다는 게 최 부총리 설명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도 계엄발령을 만류했고, (비상계엄이)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문건을 제대로 보지 않고 차관보에게 건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 출석해 “문건에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문장은 기억난다. 그런 한두 개 정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외 신인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덕수 권한대행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곧 국무회의에 상정될 내란 특검법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국무위원으로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며 “사전에 제 생각을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내년 경제 하향 불가피 = 내년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내년도 성장 전망은 여러 하방 리스크(위험)가 크기 때문에 하향이 불가피하다.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내수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심리가 위축했다”며 “(탄핵 정국의) 급변동은 다소 완화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고환율 우려의 절반은 강달러 현상 때문이지만, 절반은 정치적(탄핵) 문제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이 과거 탄핵 정국(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선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까’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펼쳐온 ‘경기 낙관론’과는 다소 입장이 바뀐 셈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위기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협의체가 경제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필요한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 배제 안해 = 내수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추경 편성과 관련한 언급도 기조가 달라졌다. 그는 일단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이 아직 집행도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내년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추가 논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조기 추경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보다는 훨씬 더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할지는 항상 열려있다”고 답했다.
조만간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 대해선 ‘민생’을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 보고 정책금융, 공공기관 투자, 민간투자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크게 △대외신인도 제고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튼튼한 산업체질로의 전환 △민생경제 회복 등 4가지 방향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데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탄핵 사태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해외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경방에 대해) 대통령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역학과 별개로 순수하게 경제 측면만 따지겠다는 설명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