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향한 개헌 압박 강해진다 …‘대선 동시 개헌’ 수면 위로
여야 잠룡 ‘개헌’ 의견 … 민주당 “탄핵 먼저”
진보진영서도 “탄핵과 무관하게 개헌 논의해야”
“개헌 지방순회까지 마쳐 정치권 결단만 남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87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헌법 개정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는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며 강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민주당 비주류와 진보진영에 이어 여당에서도 연이어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압박하는 모양새다.
24일 민주당 지도부에 들어가 있는 한 핵심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개헌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탄핵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깨려는 행위로 해석된다. 현재는 탄핵에만 집중하고 개헌은 그 이후에 판단해볼 일”이라고 했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대선까지 두 달 밖에 남지 않게 되는데 개헌을 논의할 시간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면서 “짧은 시간에 복잡한 권력구조 등 개헌 문제를 다뤄 여야간 합의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의 모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주당 물밑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거나 87체제를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거나 등 개헌을 요구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개헌을 수면 위로 올리면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이 완료된 시점에서 비록 대선까지는 두 달로 시간이 짧지만 개헌에 대한 논의를 거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로 개헌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개헌 스케줄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주장했던 ‘4년 중임제’ 등을 담은 개헌 관련 공약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대선과 동시 개헌 국민투표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측은 ‘선탄핵 후개헌’을 언급하며 민주당과 비슷하면서도 ‘대선과 동시 개헌’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탄핵심판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개헌 논의를 진행한다면 ‘대선 동시 개헌’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의장이 개헌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차례 강조해왔던 것이지만 탄핵심판 국면에서 개헌을 꺼내거나 논의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개헌자문위 움직임도 빠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탄핵심판이 완료된다면 곧바로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개헌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졌고 심지어 전국 순회 설명회까지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며 정치권의 결단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소수정당과 진보진영에서도 개헌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정대철 헌정회 회장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헌법개정 국민회의는 이날 창립대회를 갖고 ‘탄핵과 함께 개헌’을 주장했다. 이들은 “작금의 헌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탄핵심판 절차와 함께 개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탄핵과 대선 일정의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헌정 위기에서 분출하는 국민의 열망과 절박감으로 추동하지 않으면 또다시 헌법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대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개헌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며 “개헌 약속이 번번이 지켜지지 않은 근본 이유는 헌법개혁의 본질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국민주권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도 “대통령 탄핵과 상관없이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 내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구성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권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경수 전 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 ‘3김’과 김두관 전 장관 등이 개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이 대표를 제외한 잠룡들이 모두 ‘대선’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모 의원은 “헌법재판관이 임명되고 특검이 진행되기 시작돼 내년으로 들어가면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개헌 얘기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며 ‘대선 동시 개헌’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